[시사진단] 한미 방위비 분담금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김영식 예)육군 대장해를 넘긴 숙제

  • No : 2741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1-07 14:44:37
  • 분류 : 자유마당


새해는 분명히 밝았는데 작년에
제대로 매듭 못진 군사·외교
사안으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제11
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성과
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서울
에서 있었던 5차 협의가 예상(?)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해를 넘
겨 미국에서 진행될 6차 협의를 앞두
고 있다.
한쪽은 “더 많이 내야 한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래도 정도껏 해야
지” 하면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에서 돈이 오가는데(그것도 조 단위)
원하는 대로 되리라고 순진하게 생
각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피로
맺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회자되
는 ‘한미동맹’에 이런 파열음이 들리
는 것은 언제나 불편하다. 지금까지
10차례의 협상 결과를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이번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음을
목도한다. 미국의 지나친 요구에 대
응해 좌파진영 이 아닌 쪽에서 마저
미군 철수를 공공연하게 들고나올 정
도다. 미래 지향적인 한미동맹을 위
해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방위비 분
담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짚어 보고,
지금 진행 중인 협상에서 무엇이 문
제이며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겉으로야 연합국
승리로 끝났지만 진정한 승자는 자유
진영의 ‘대표선수’로 급부상한 미국
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미국은 더는
고립주의를 외교정책으로 채택할 수
없게 됐으며 갑자기 얻은 패권국가
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국
제 서를 만들어 갔는데, 이것이 자유
무역을 기반으로 한 브레턴우즈 체제
다. 이 체제하에서 미국은 이전의 유
럽 국가들처럼 식민지 지배를 통하지
않고도 자유무역체제로 자기들의 국
가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국제적 토
대를 구축했으며 모든 나라가 그러한
미국을 ‘세계경찰’로 인식한 것은 자
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방위비 분담은 역사발전의 필연
체제의 공고함을 힘으로 뒷받침하
기 위해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를 차
례로 건설하기 시작했고, 2019년 9월
기준으로 국제법상 국가의 약 70%인
162개국에 17만 4253명이 주둔하기
에 이르렀다. 하지만 냉전의 종식 후
1990년대부터 안보위협이 감소 되고
미국의 경상 및 무역적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미국 내에서 ‘세계
경찰’ 역할에 대한 피로감이 터져 나
오기 시작했다. 1991년 급기야 지금
껏 거의 ‘무제한’으로 지원하던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한미 간의 제11차 특별
협상이 훨씬 어려워진 이유가 트럼프
라는 전대미문의 인물이 ‘협상의 키’
를 틀어쥐고 한국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의 ‘첫 번째 제물’로 삼을 생
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의 변천 과정
한미동맹은 6·25 전쟁을 통해 북한
의 한반도 적화야욕을 피로써 막아
내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
낸 세계적 모범 사례다. 동맹은 1954
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주한
미군의 주둔을 공식화했으며, 1966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주둔군
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SOFA)’에 의해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
군에 대한 지원을 공식적으로 시작했
다. SOFA 제5조에 의해 우리나라는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고 그 외 주한
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는 미
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1990년까지는 미국이 모든 주둔경비
를 부담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
로 적자가 누적되고 이로 인한 국방
비 삭감으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용분담 개념을 만들어 동맹국
에 비용을 분담토록 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은 1991년 1월, SOFA
제5조에 대한 예외적 조치로서 특별
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이
하 SMA)을 체결하고, 여기에 근거하
여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최초 1.5억 달러(1천 73억 원)로
시작된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는 작년
3월 제10차 협정에서 합의한 1조 389
억 원으로 증액됐으니 29년간 열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분담금의 증액은 우리의 경제 수준
이 그만큼 나아졌음을 반영한 측면도
강하기 때문에 굳이 나쁘게만 볼 일
은 아니다. 또 그간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방위비 분담금
제도가 달러에서 원화 지급체계로,
현금에서 현물체제로 전환됐고 투명
성을 강화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방
향으로 지속 발전되어 왔음을 평가할
필요도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함으로써 얻
는 우리의 이익이 분명히 있으니 동
맹의 필요에 따라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위비 분
담은 크게 동맹국의 지원 필요성과
부담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나
라의 경우 동맹 지원의 필요성이 매
우 높은데 비해 부담 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인 입장에서 방위비 분담을 시
작했다. 그사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신흥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였
으니 이에 비례해 일정 부분 부담금
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
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협
상 결과가 국민이 받아들일 수준이어
야 한다는 점이다. 동맹의 가치를 훼
손하는 무리한 증액 압박은 교각살우
(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직
시할 필요가 있다.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쟁점
현재 진행 중인 제11차 협상에서 제
기된 모든 문제는 사실 작년에 합의
한 제10차 협상 결과의 후폭풍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진행
했던 제10차 SMA는 양측의 이견이
워낙 커서 열 차례의 회의를 통해 협
의 내용을 조율했다. 그러나 미국 측
이 요구했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
개 비용부담을 우리가 끝내 받아들이
지 않음으로써 다년 협정의 전통을
깨고 일 년짜리 ‘미완의 협상’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이때부터 제11차
SMA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거라
예상했다.
문제가 되는 제11차 SMA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나
오는 것처럼 지금보다 다섯 배나 인
상된 50억 달러라는 말이 사실이면
이는 동맹을 ‘호구’로 보는 것이나 다
름없다. 작년 서울서 열린 5차 협의
후에 미국 측 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50억 달러는
현재 요구금액이 아니라는 말을 했지
만 그들의 ‘치고 빠지기 전략’에 따라
어느새 50억 달러가 기준선이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둘째, 역외 비용을 포함하려 한다
는 점이다. 이는 이미 제10차 SMA에
서도 제기됐던 사안으로 SMA의 취
지와 목적인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비용 분담이라
는 기본정신’에 어긋난다. 미군의 필
요에 따라 진행되는 순환배치 비용을
우리가 제공할 근거는 SMA 어디에도
없다.
셋째, 방위비 분담금 결정 방식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분담 규
모를 서로 협의해 결정한 후에 구성
항목별로 예산을 제공하는 ‘총액형’
협상을 하므로 세부적인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매
년 미집행 잔액이 수천억 원 이월된
다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특별협정 유효기간의
설정이다. 제10차 SMA 이전까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이었던 유효
기간이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1
년으로 결정됨으로써 매년 분담금 증
액을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불
리한 점이 많다.
원칙 지키는 정공법이 정답
제11차 SMA에서 서로 ‘Win-Win’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우리 정부
와 관계자들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
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
가 미국 무기를 많이 구매하고 있으
며 추가로 더 구매할 의향이 있음을
액수로 제시한다든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역 파병을 긍정적
검토하고, 미국의 친한 인사들을 활
용해 우리의 입장에 대해 지지를 당
부하면서 미 의회와의 직접적인 협력
을 모색하자는 등 ‘백가쟁명’식 해법
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려해 볼 만한
사안임은 틀림없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이 이번만 하고
다음이 없는 협상이라면 그런 묘수
(妙手)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향후에도 지속
해서 다뤄야 할 과제다. 따라서 대증
적 요법보다는 다소 아프더라도 원칙
에 입각한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장
기적으로 유리하다. 한미 간에 국회
의 비준까지 받은 SOFA와 SMA 목적
과 취지에 맞는 당당한 자세로 협상
에 임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년계약
이 좋겠지만 거기에 급급하여 원칙을
버리면 곤란하다. 마침 국방수권법이
발효됐으니 주한미군 철수를 패로 쓸
수 없게 된 미국에 비해 우리는 ‘안전
판’을 하나 확보한 셈이니 너무 조급
하게 협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나
쁜 협상 결과보다는 늦은 협상이 더
좋다.
한편, 미국 측이 요구하는 여러 사
안은 SMA와 관계없는 별도의 동맹과
제로 해법을 모색함이 타당하다. 제
11차 SMA와 관련해 미사일 통제지
침 완화 등 그간 우리의 군사력 운용
을 제한했던 족쇄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배가 산으로 갈
위험만 커진다. 그러한 사안들 또한
SMA와는 별도의 한미동맹 숙제로 떼
어내어서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대척점(對蹠點)으로 활
용해야 한다.
미국의 통제로 우리 능력 개발이 제
한되거나 늦어지는 것은 우리에게는
엄연한 ‘비용’이다. 나중에 가서 그것
을 상쇄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일시
에 소요돼 우리 국방력의 균형 발전
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회비용 개념’
으로 우리 요구를 적시하여 협상하면
좋겠다. 전시작전권 전환이 진행되는
현재, 진정한 전작권은 우리의 모든
능력을 확보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
태를 의미한다.
현재의 협상을 넘어…
눈을 들어 미래로
미국을 ‘자유 세계의 정점’으로 하
는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트럼
프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
담금 증액 요구는 계속될 것이 명백
하다.
문제는 1944년부터 유지되어온 ‘브
레턴우즈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다. NATO를 포함하여 세
계 도처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요구
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미국 우
선주의’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빨
리 읽은 트럼프 나름의 담론일 수 있
으며, 미국이 주도한 ‘브레턴우즈 체
제’의 종언을 알리는 나팔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국제질서는
재편될 것이다. 눈을 들어 시대의 흐
름을 미리 읽고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과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2020
년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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