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꿈꾸는 세상 ‘메타버스’ 미래 먹거리인가, 판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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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1-04 10:36:00
  • 분류 : 자유마당

그들이 꿈꾸는 세상 메타버스미래 먹거리인가, 판타지인가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황폐화된 거리 컨테이너에 사는 10대 소년 웨이드 와츠(Wade Watts)’.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이모 집에 얹혀살며 불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웨이드가 어두운 일상을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는 가상세계 오아시스(Oasis)’.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이다.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고, 돈을 벌고, 휴가를 가고, 쇼핑을 한다. 현실 속에선 가진 것 없는 소년이지만 오아시스에선 멋지고 날렵한 전사가 되는 웨이드.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 얘기다. 미래 배경의 영화지만

점차 우리 현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다.

메타버스란 초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라는 뜻이다. 메타버스는 2D화 된 스마트폰 앱의 3D화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기 다른 앱을 사용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 세상 안에서 자유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아바타가 회사로 출근해 화상회의를 하고, 공연장은 집에서 내 눈 앞에 펼쳐진다. 가상세계에서 번 돈으로 쇼핑도 한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일 것 같지만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자리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 2년 후 8000억 달러마케팅 블루오션

다음 세대는 메타버스(Metaverse) 세대가 될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4년 안에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202110월 모기업의 이름도 메타로 개명했다. 메타 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격 협업 플랫폼 메쉬’(Mesh), 소니는 게임개발사 에픽게임즈와 협력해 10억 달러(12000억 원)를 들여 가상공간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의 증시 입성으로 주식시장과 산업 안팎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사용한다. 게임을 플레이해 코인을 얻을 수 있고 타인이 제작한 콘텐츠 이용에 쓸 수 있다. 그 가상화폐는 현실의 화폐와도 교환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안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에는 NFT(Non-Fo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라는 개념도 도입됐다.

이에 주식시장도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에 열광하고 있다. 2022년을 주도할 주요 섹터로 거론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게임, 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이 같이 맞물리는 핵심 키워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가 20248000억 달러(9424000억 원), 203025000억 달러(29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모건 노왁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이 될 메타버스가 최대 8조 달러(

9424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상으로 들어온 메타버스..10~20대를 잡아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고,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메타버스는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메타버스를 블루오션으로 기업들이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가상현실에서는 오프라인 매장과 직원이 필요 없어 고정지출이 줄고 물리적 제약이 적다. 하나의 공간에서 전 세계의 잠재적 고객들과 마주할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 아바타 게임 제페토에서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팬사인회를 열어 코로나19 시국에도 전 세계 4600만 명의 팬을 모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10월 대선 캠페인 당시 인기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

물의 숲이란 가상공간 안에 이른바 바이든 캠페인 사무실과 투표소가 있는 섬을 짓고 포토존을 열어 유세에 나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다. 메타버스는 사용자 한 명 한 명이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다양한 공간 안에서 사용자들은 아이템을 직접 만들고 사고판다. 모두 블록체인 덕분이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이다. 기존에는 한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면 유저의 인벤토리 아이템도 증발했지만 NFT는 각 유저가 소유권을 가진다. NFT의 가치는 유저가 만들고, 사라지지 않는 재산이 된다. 기업이 가상경제의

장을 제공하고 유저들을 귀속시킬 수만 있다면 이만큼 안정적인 수익 창출 방법이 또 있을까.

 

BTS가 군대에 간다면엔터사 미래 바꾼다.

20215월 구찌는 로블록스에 가방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나이키는 나이키랜드를 열어 유저들에게 실험적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는 2021년 핼러윈을 맞아 로블록스에서 실물과 똑같이 구현한 가상 레스토랑을 열었다. 인기 메뉴를 본뜬 핼러윈 코스튬을 선보였고, 미로 게임 우승자는 한정판 아바타 코스튬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했다.

기업들의 메타버스 진출의 핵심은 잠재적 고객들의 시간을 뺏는 것에 있다. 현실을 거울처럼 재현한 것이든, 새로운 가상공간이든 이용자들이 머물도록 공간과 경험을 선사해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 잠재적 고객들이 향후 경제를 움직일 10~20대라면 더욱 그렇다.

포브스에 따르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 꾸미기 등 관련 시장을 뜻하는 디렉트투아바타(D2A) 시장 규모는 2017300억 달러(353000억 원)에서 올해는 500억 달러(5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군대에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은 BTS 소속사 하이브 성장 가도 한쪽에 늘 우려를 낳게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가상세계에서 BTS를 예전처럼 계속 볼 수 있게 된다면, 스타가 입대하는 날 부대 앞에서 팬들이 흘리는 눈물은 줄어들 테고, 그만큼 소속사의 실적도 끊김없이 이어질 수 있게 된다.

 

가상자산 이어 가상세계, 증권가 NFT 열풍

2021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메타버스(Metaverse)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터, 게임을 필두로 스포츠와 미술 분야까지 전방위적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 NFT와 메타버스가 미래 핵심 신성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NFT와 메타버스 생태계는 NFT의 대체 불가능한 특성, 즉 소유권 증명이 쉽고 위변조할 수 없으며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결합될 수 있다“NFT를 통해 사용자는 메타버스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자산을 거래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엔터사들이 앞다퉈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202111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이브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를 통해 총 11000억 원을 조달, 5000억 원을 두나무 지분 2.5%를 취득하는 데 활용키로 했다. 두나무는 하이브의 7000억 원 규모 3자 배정 유증에 단독 참여, 230만주(5.6%)를 가져올 예정이다. NFT 기술을 접목한 보유 IP의 굿즈 판매는 물론 미국에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NFT를 시작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내 콘텐츠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JYP엔터는 최대주주인 박진영 프로듀서가 두나무에 지분 2.5%를 판 뒤 JYP엔터와 두나무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NFT 사업을 목적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YG엔터는 자회사 YG Plus를 통해 NFT 시장에 진출한다. YG PlusYG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하이브와 두나무가 설립할 NFT 합작법인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SM엔터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솔라나 컨퍼런스에 등장하며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메타버스 걸그룹에스파를 데뷔시키고, 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를 접목한 ‘SM 컬처 유니버스를 준비 중이다.

엔터 빅4사 말고도 있다. 큐브엔터는 글로벌 블록체인 최대 플랫폼 업체 애니모카 브랜즈와 뮤직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NFT 발행 및 생태계 토큰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 카카오엔터는 미국의 NFT 유망 스타트업 슈퍼플라스틱투자에 참여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가상자산이다. 영상, 그림, 음악 등을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면 무한한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NFT에 거는 업계 기대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덤’(충성고객)을 직접 운영하는 팬 플랫폼으로 흡수해 이지 투 바이(easy to buy)’, ‘이지 투 엔조이(easy to enjoy)’로 한 단계 비즈니스 확장을 이뤘다면, 그다음은 지금껏 팔지 않았던 무언가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지금껏 팔아보지 못한 제품은 바로 IP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줄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메타버스(가상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눈을 뜨게 됐다. 미국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영상 파일 최고 거래가격이 21만달러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K팝 아티스트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 디지털 자산 가치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화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 시대 가치화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블록체인 기반 대체불가 고유값으로 유일성또는 희소성을 부여받아 가치화를 인정받고 있고 유통되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혁명적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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