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 성공에 이어 달 탐사 성공까지, 명실상부한 ‘우주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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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9-01 10:55:41
  • 분류 : 자유마당

특집 Ⅰ : 한국우주항공 어디까지 와 있나?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 성공에 이어 달 탐사 성공까지, 명실상부한 ‘우주 선진국’
한국 위상 한층 높아질 전망

고재원(동아사이언스 기자)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8월 5일 달로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다누리는 현재 조금씩 달로 향하고 있다. 약 4.5개월 간의 항행이다. 달 궤도에 도착하게 되면 달 표면 전체 편광지도 제작은 물론 달 궤도에서 지구와의 우주 인터넷 통신실험에 나서게 된다. 모두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임무들이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우주 탐사국 중 하나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미와 전망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LSV-Ⅱ)가 우주로 향하며 화염을 내뿜는 소리였다. 누리호는 700km 상공에서 초속 7.5km 속도로 성능검증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데 성공하며 한국이 자력으로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음을 증명했다. 한국이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으로 따지면 7번째 국가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우주개발은 통상 발사체와 위성, 우주탐사 3대 영역으로 나뉜다. 한국은 올해 다누리와 누리호 발사로 3대 영역을 모두 수행하는 국가가 됐다. 위성은 이미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연구팀이 개발한 ‘우리별 1호’를 쏘며 세계 22번째로 인공위성 보유국이 됐다. 2022년이 한국 우주개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주개발의 시작
한국의 우주개발은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기술 육성 방안 중 하나로 우주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198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로 천문우주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1989년 기계연구원 부설로 한국항공우주연구소를 설립했다. 항공 우주 분야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1987년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을 마련하고 1989년 8월 KAIST에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인공위성 분야에 대한 우주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우주개발에 대한 전반적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한국 우주개발 정책은 1993년 첫 작성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21세기에 대비한 항공우주산업의 육성방안’을 작성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해 2000년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주산업과 관련해 다목적용 저궤도 위성기술을 개발해 우주산업 대열에 참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우주개발 정책에 따라 1990년대에는 우주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가장 먼저 성과를 냈다. 1992년 8월 11일 오전 8시 8분 프랑스 발사체 아리안V-52에 실려 우리별 1호가 발사됐다. 우리별 1호는 크기가 가로 352mm, 세로 356mm, 높이 670mm, 무게가 48.6kg의 실험용 소형 과학위성으로 세계 22번째로 인공위성 보유국이 된 순간이었다. 우리별 1호는 고도 1300km 지구 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지구 표면 촬영과 지구 주변 방사선 측정이라는 과학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리별 1호 개발에는 눈물 어린 개발의 역사가 담겨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해외와 비교해 부족한 우주항공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재학생들을 영국 서리대 등 선진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현지 연구원들이 쓰레기통에 버린 자료를 뒤져가며 부족한 유학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금을 메꾸며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유학생들은 배워온 인공위성 관련 기술을 모두 쏟아냈다. 이들은 산학연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660억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위성개발기업 쎄트렉아이와 같이 걸쭉한 기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별 1호에 이어 1993년 우리별 2호, 1999년 우리별 3호가 발사됐다. 이후 1999년 국내 최초의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에 이어 매년 더 크고 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와 최신식 각종 측정기 등이 탑재된 통신위성, 과학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등을 2015년까지 20여 차례 쏘아 올렸다. 

우리기업 우주산업시장 약진 기대
이제는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등 민간기업 주도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쎄트렉아이를 포함해 KT SAT, LIG넥스원 등 굵직한 국내 토종 위성기업들도 생겨났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위성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도 꿈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6~7위권 인공위성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불과 35여 년 전만 해도 깡통 하나 우주에 올리지 못하던 국가의 약진이다. 
한국은 이제 소형영상 레이더, 저궤도 위성 양자통신 암호 통신 시스템, 인공위성 레이저 탑재체 등 차세대 인공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 실험이나 산업, 안보 더 나아가서는 심우주 탐사에도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이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8월 11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 워크숍에서 “우리별 1호 개발이 위성 기술획득 단계였다면 독자개발 단계, 기술 성숙 단계를 거쳐 현재는 기술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1996년 국가 차원의 첫 우주개발 계획인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나왔다. 이 계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으로 향후 20년간 4조 8000억 원을 투자하고 4000명의 우주 관련 인력을 키워 과학로켓 19기, 우주발사체를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계획을 토대로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국내 항공우주 임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별 1호 발사 다음 해인 1993년 6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의 로켓 ‘소형 과학로켓(KSR-I)’ 역시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개발했다. 
KSR-I은 1단형 고체 추진 로켓으로 한국이 개발한 최초의 로켓이다. 다만 우주 궤도에 오르지 않고 준궤도 비행에서 과학 관측을 하는 관측로켓으로 우주발사체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 로켓 설계와 제작 능력을 연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같은 해 9월 KSR-II를 발사했다. KSR-I과 동일한 고체 추진 로켓으로 초기 자세제어 기능을 갖췄으며 2단형 로켓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주발사체는 엔진이 사용하는 연료 종류에 따라 액체 로켓과 고체 로켓으로 나뉜다. 액체 로켓은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결합한 액체 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다. 목표한 궤도로 정확히 위성을 실어 나르기 위해 터보펌프와 연소기, 가스발생기 등 엔진 기술과 정밀한 액체 연료 연소 기술이 들어간다.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
반면 고체 로켓은 빨리 타지만 폭발하지 않는 고체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방식이다.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로 쓰이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연료로 쓰이는데, 가운데 빈 공간에 불을 붙이면 급격한 연소가 일어난다. 연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분말을 넣기도 한다. 연소가 시작되면 고온·고압의 가스가 배출되고 이를 통해 수십 kg에서 수천 kg에 이르는 위성과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추력을 얻는다. 한번 연소가 시작되면 연소실의 고체 연료를 모두 태우는 방식이라 연료통이자 엔진이라는 간단한 구조를 가진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고 제작비용도 액체 로켓의 약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고체 로켓 개발이 빨랐던 것은 백곰과 현무와 같은 미사일을 개발해본 경험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1970년대 미사일의 개념 설계부터 제작에 필요한 수천 가지 부품을 직접 개발하고 시험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일부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탄두에 폭발력이 있는 폭약이나 핵탄두를 장착하면 미사일, 인공위성이나 유인우주선을 싣고 있으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이런 이유로 미사일 기술이 발전한 나라들은 우주발사체 기술도 대부분 앞서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기술이 어느 정도 공유되는 만큼 관련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많은 국가들이 국가 전략기술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액체 연료 로켓 개발을 2002년에 첫 성공한 이유다. 
한국 최초의 액체 추진 과학로켓(KSR-III)은 2002년 11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발사돼 고도 43km, 거리 80km를 비행했다. 200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명칭이 변경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것으로 소형위성 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KSR 시리즈에서 쌓은 우주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제협력에 나섰다.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과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 확보를 목적으로 러시아와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개발을 2002년부터 시작했다.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추진된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1단에 액체 엔진, 상단에 고체 킥모터를 구성하는 2단형 발사체다. 1단은 러시아가, 상단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추진제를 포함한 총중량은 최대 140t으로 길이 33m, 직경 3m, 1단 추력 170t급이다. 
나로호는 2009년 1차 발사 실패, 2010년 2차 발사 실패 후 2013년 1월 30일 3차 발사에서 성공했다. 나로호 개발은 발사체 설계와 개발, 발사 전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경험하며 독자 발사체 개발의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로호의 경험은 순수 독자개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자신감을 줬다. 나로호 개발 과정을 통해 누리호 개발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 없었던 발사체 추진기관 시험 설비 조기 구축을 위한 설계를 진행하는 등 누리호 발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나로호는 개발에 약 5025억 원, 누리호는 약 1조 9572억 원이 투입됐다. 이런 큰 국가 단위 사업들은 국내 우주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됐다. 수백 여개의 산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며 우주를 경험했다. 전 세계에는 이제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을 이끈다는 개념의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시기 때 국내 기업들의 시각을 넓히고 발전을 이끈 국가 주도의 사업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 역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적
극적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로 우주개발이 탄력받을 때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씨도 탄생했다. 2008년 러시아 소유즈호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 후 무중력 상태에서 물리적 반응 등 과학 임무를 수행했다. 2009년 6월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 ‘나로우주센터’도 준공됐다. 발사대시스템, 위성시험동, 발사체조립동, 고체모터동, 발사통제동 등이 갖춰진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인공위성을 포함해 발사체나 우주탐사 분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개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1조9330억 원을 들여 누리호보다 강력한 2단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점점 더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상업 발사 시장에서 누리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2030년 달 착륙 검증선, 2031년 최종적으로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남들이 한 것
을 답습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시도다. 
국제협력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달 복귀 계획으로 세계 15개국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세계 최초의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등이다. 이전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국제협력이다. 일찍이 달 탐사를 시작한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일본, 인도 등 우주 선진국과 함께 국제 우주개발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우주개발에 더욱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전의 연구개발 및 인재, 전남의 발사체 산업, 경남의 위성 산업 삼각 체제를 구축하고, 미국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거버넌스를 재편해 모두가 우주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한국 우주개발 투자는 1993년 약 22억 원에서 올해 7340억 원으로 약 334배, 연구인력은 약 7.8배, 기업 매출은 약 49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적 우주개발을 위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올해 말 수립된다. 5년 주기로 수립되는 이번 기본계획은 소행성 탐사 등 우주개발과 관련한 도전적 과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주개발 영역 확장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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