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내각책임제, 분권적 권력구조로 책임정치 실현에 한계

  • No : 1787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9-01 15:05:30
  • 분류 : 자유마당

영국식 내각책임제,
분권적 권력구조로 책임정치 실현에 한계
의회서 총리 선출, 파벌로 각료 배분, 각의 전원일치제,
정치와 관료 융합…
서윤환 | 경북대 외래교수


일본은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적 일당우위 체제로 제1당인 자민당이 30년간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3일 아베 신조 총리(앞줄 왼쪽 4번째)가 개각을 단행한 후 총회 관저에서 새 각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은 2012년 이후 6년 이상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모리토모 학원·가케학원에 특혜를 준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30%이하로 추락하면서 자민당 내에서 퇴진 위기를 맞았지만 개각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영향을 타고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아베가 내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다시 선출돼 장기집권이 가능할지 관심이다. 일반적으로 의원내각제는 의회와 내각의 권력융합 원리에 의해 강력한 정부수행 능력을 보장해 준다. 일본은 영국식 의원내각제를 채용하고 있으나 제도나 그 운영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정권교체 없는 일당 우위로 정·관·업 유착 구조
일본의 의회정치는 메이지유신 이후 약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90년 제국의회의 개설로 시작, 1947년 태평양전쟁 후 신헌법이 시행되면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전의 내각제는 일본 파시즘의 등장과 패망에 의해 붕괴되고 신헌법에 의한 의원내각제가 국민주권으로 한 의회를 중심으로 성립됐다.
전쟁 전 천황은 절대적인 신성불가침한 존재였지만, 전후에는 국민의 통합과 국가의 상징에 불과한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천황은 정치에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포기하고 내각 총리대신과 최고재판소 장관을 임명하는 의례적 기능으로 공적인 일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의 군주가 통치과정상 총리에 의해 자문을 받고, 정치적 행위에 대해 격려하고 경고하는 권리를 가지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일본의 의원내각제는 1947년 개정 헌법에 의해 기본 골격이 형성되고 ‘55년 체제’(자민당 일당우위체제 확립)를 뒷받침해 온 정치제도들에 의해 완성됐다. 일본의 의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의 신분제 의회에 기원을 둔 양원제는 일본에서도 그대로 채택돼 전쟁 전에는 귀족원과 중의원으로 구성됐다. 패전 이후 헌법 제정과정에서 단원제가 제안되기도 했지만 일본의 강력한 요청으로 귀족원이 참의원으로 바뀌어 양원제가 유지되고 있다.
양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으로 조직되지만 조직과 권한은 다르다. 1947년 이후 중의원은 118개 중선거구역으로부터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된다.
중선거구제에 의한 자민당 일당 우위 정당정치는 파벌 정치로 자민당 집행부의 권력을 약화시켜 국가이익에 따른 제도개혁과 정책변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또한 정권교체가 없는 일당우위 다당제가 정·관·업의 유착구조를 강화시키고 여·야 간의 담합정치를 낳아 국민의 정치불신을 확대시켰다.

의원 중심 법안심사
-정책형성, ‘족의원’ 현상 낳아
이러한 자민당의 분권적 권력구조의 한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1994년 중의원 선거제도를 개정하여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를 도입했다. 중의원의 수는 처음 467명이었으나 1994년 500명(소선거구 300석, 비례구 200석)이었는데, 2000년 이후 비례대표 정수가 20명 줄어 현재 480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선거제도에서도 소선거구와 비례구에 중복 입후보할 수 있어 자민당의 일당우위제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투표권은 1인2표제를 도입해 1표는 소선거구의 후보자에게, 다른 1표는 비례구의 정당에 투표하도록 하고 있다.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통상 임기도중 해산이 있기 때문에 4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참의원은 서로 다른 두 형태의 선거구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250명(150명은 46개 선거구에서, 100명은 전국선거구역에서 선출)으로 구성된다. 참의원 선거는 도·도·부·현을 한 선거구제와 전국을 대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참의원의 수는 242명(선거구 146명, 비례대표 96명)으로 2007년부터 한 선거구에서 5명씩 선출되며 임기는 6년이다.
이처럼 양원은 영국의 경우 상원이 세습에 의해 선출되는 것과 달리 모두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만,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을 진전한 국민의 대표라고 여긴다. 중의원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참의원보다 우위에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사가 서로 다른 경우 일정한 요건이 있으면 중의원 의사가 국회의 의사가 된다.
의회는 유일한 입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졌으나 사실상 의회의 기능은 입법과정에서 내각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을 수정·심의·선택하는 것이다. 입법상정계획은 내각에 속해 있다. 영국의 경우 입법활동에 있어 당의 구속이 엄격하며 의원입법 활동 자체가 제약이 매우 크다. 영국에서는 정부 제출법안이 입법의 중심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은 본회의에서 전체심의를 행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등 정부에 의회가 대항 혹은 견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위원회 중심주의’는 의원중심의 법안심사나 정책형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족의원(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의원)현상을 낳았으며 관청을 단위로 한 자민당과 관료제의 결합을 강화시켰다.

중의원 다수파 지지로 총리 선출,
각료는 파벌분포 따라 배분
일본의 총리는 중의원 중에서 다수파의 지지를 얻은 인물이 된다. 총리는 내각 총리대신이라고 하며 반드시 의원이어야 한다. 참의원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된 적이 없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지명선거가 행해져 양원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인물이 총리가 된다. 만일 과반수에 달한 인물이 없을 경우에는 상위 2명으로 결선투표를 한다. 또한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선출된 인물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양원협의회에서 결정하는 데 이곳에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에는 중의원 우위의 원칙에 따라 중의원에서 선출된 인물이 된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제1당의 당수가 그대로 총리가 되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총리는 각료를 임명해 내각을 조직한다. 헌법상 내각은 행정권의 최고기관으로 막강한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하며 중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기능을 갖는다. 의회의 주도권은 영국과 같이 내각에 주어진다. 내각은 거의 중요한 입법을 계획, 기안해 제출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각료의 과반수도 반드시 중의원으로부터 선출해야 한다.
각료의 경우 영국에서는 의원만이 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의원이 아닌 사람도 대신이 될 수 있다. 각료의 선임은 전문적 능력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중시돼 파벌분포에 따라 지위를 배분한다. 일본의 내각은 의회의 각 파벌에서 선출된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각료직은 논공행상의 의미이자 승진시스템의 일환으로 기능했다.
또한 국무대신의 의사결정기구인 각의는 합의체로서 각의의 결정방식은 다수결이 아니라 전원일치제이다. 의사결정에 반대하는 대신은 스스로 사임하든가 총리가 파면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방식은 강한 총리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자민당 정치역학 따라 내각해산권 행사,
의회해산은 총리 교체수단
의회와 내각은 정당을 통해 밀접한 융합현상을 가지면서 내각의 의회 의존관계로 내각 주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양자 간에 견제장치에 특별한 보완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내각은 행정의 최고지도기관인 동시에 여당의 최고지도기관이며 내각의 의사결정은 여당의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정당과 내각이 분리되어 총리 이하 각료는 정부의 운영을 담당하고 상당수의 유력정치가는 당의 간부가 되어 당의 방침을 결정하고 조직 운영을 담당하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총리와 대신은 여당의 의사결정시스템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정책형성이 자민당의 정책심의기관인 정무조사회로 이행되어 족의원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권기반이 약한 내각이 계속된 배경이다.
이처럼 의회와 내각이 밀착관계에 있어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 내각불신임권을, 내각에는 의회해산권을 인정하여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을 유지 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와 내각이 대립하는 경우 중의원만 내각에 대해 불신임결의를 할 수 있다. 또한 의회는 정부의 법률안에 대해 폐기 또는 거부의 권리도 가지고 있다.
일본 헌법69조에 따르면 내각은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결의안이 가결되거나 신임결의안이 부결되었을 때는 10일 이내에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는 한 총사직해야 한다. 또한 헌법 7조에서 천황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의회해산권은 헌법에 내각 불신임안이 중의원에서 가결되거나 신임 안이 부결되는 경우에 취해지는 내각의 대항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내각이 아닌 총리가 단독으로 결정해 국왕에게 조언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총리가 총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중요한 정치문제에 직면하거나 민의를 묻기 위해 일방적으로 의회를 해산한다.
실제로 1952년 요시다 내각에서 이를 근거로 중의원 해산이 이뤄졌다. 따라서 총리는 중의원의 임기 4년이 끝나고 총선거를 하기 보다는 여론의 동향을 보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른다. 전후 지금까지 22회 총선거가 있었지만 임기 만료 후 치러진 선거는 1976년 12월 미키 다케오 내각 하에서 치러진 것 외는 없다.
일본의 일당우위체제하에서 내각의 해산권행사는 여당 내 정치역학에 따른 것이며 결국 의회해산은 총리 교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의원내각제 도입했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 보여
내각의 의회에 대한 책임은 의원내각제에 있어 본질적 요소이다. 내각의 연대책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각료들의 개별책임도 인정한다. 그러나 일본에 있어서는 각의의 의결이 전원일치제라서 내각의 의회에 대한 공동책임이라고 강조되고 있다.
내각의 의회책임은 명문으로 ‘국회’라고 규정되어 민선의원으로 구성된 참의원을 포함한 양원에 대한 책임으로 본다. 영국의 경우는 오로지 하원에 대한 책임으로 한정한다.
정당제와 선거제도는 의원내각제의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 밀접하고 불가결한 전제가 된다. 영국에 있어 오랜 양당제의 전통과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정당의 규율이 강하며 의원의 활동에 있어서 당의 구속이 엄격하다. 그래서 내각의 안정성과 총리의 주도적 기능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적 일당우위체제로 제1당인 자민당이 30년간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또한 중선구제는 당내에 여러 정파의 파벌이 연합하는 현상을 낳아 당내 파벌을 조장하는 요인이 됐다. 이러한 집권당내의 여러 파벌은 총리가 파벌간의 타협과 조정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총리의 주도적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은 영국의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의회에서 총리 선출, 일당우위정당내의 파벌에 의한 각료 배분, 각의의 전원일치제 의사결정방식, 정치와 관료의 융합관계로 관료에 대한 통제약화 등 일본의 분권적 권력구조는 주권자에게 명백히 책임지거나 조직 상호간의 지배관계도 없어 책임정치를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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