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점] 노동시장 변화와 한국경제

  • No : 1762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7-31 16:20:40
  • 분류 : 자유마당

‘소득주도 성장’ J노믹스 출발
노동환경 변화의 희망과 그림자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논란과 과제

김치형 | 한국경제TV 기자


지난 6월 29일 전국학교 비정규직 급식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일선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거나 단축수업을 했다. 사진은 대전 샘머리초 1학년 학생들이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모습.

급변하는 노동환경… 고용시장 위축될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6470원이었으니 이보다 16.4%가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 측이 주장했던 7530원과 사용자측이 제시했던 7300원 중 근로자 측의 안이 받아들여 진 것이다.
일단 인상폭이 역대 최대이다. 인상률로 따져도 역대 4번째로 높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가장 높았던 때가 2016년이다. 이때 인상률이 8.1%였으니 그때보다도 올해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노동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시대로 가기 위한 초석을 놨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사용자측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 올 파급효과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당장 비용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포함해 이로 인한 경영위축과 역설적이지만 일자리 감소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라며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사람 중심의 국민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문 대통령은 “경제적 효과 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 내년도부터 경제성장률을 더 높여주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 성공 여부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해소해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문 대통령도 스스로 언급한 것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및 보완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5% 인상될 경우 기업 등 사업체의 전체 인건비 부담이 0.08%p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보다 더 큰 16.4%로 결정됐으니 사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이 보고서의 추산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4인 이하 음식숙박업 사업체의 경우 15% 인상 때 인건비 부담이 4.35%p 늘어나며, 5~9인 규모의 보건복지업은 2.47%p 증가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도 이 보고서에는 들어있다. 15% 인상 시 저임금 근로자 5%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 인건비 등 4조원 지원
취약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추진되고 있지만 도리어 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용자측의 우려가 엄살만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시 고용인원 규모가 30인 이하인 사업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폭 중 5년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초과 인상분을 지원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을 포함해 4조원 규모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를 지원하는데 3조원이 소요되고 신용카드 수수료인하나 부가가치세 공제 등의 확대를 통해 간접적으로 1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은 사실 일본의 최저임금법을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1959년에 제정된 이 최저임금법을 매우 정교하게 잘 다듬어 놓았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전국의 모든 지역이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치면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의 물가나 경제사정 그리고 고용시장 현황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식사와 같은 돈(급여) 이외의 현물지급도 급여의 일종으로 보고 적절한 기준으로 평가해 임금에 포함토록 하는 등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녹아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측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경직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내년과 내후년에도 꽤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에서 현행 최저임금법의 경직성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병행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현장의 최근 또 다른 큰 이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도 약속했다. 발언의 영향력은 컸다.
그 후 노동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고, 실제 지난 6월 30일에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대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5만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비정규직이 주도하는 첫 민주노총의 총파업 대회였다.
실제 전국 초·중·고교 비정규직 급식근로자들이 근속수당과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며 일선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거나 단축수업을 하기도 했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포함됐다. 뒤이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중 앞으로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교사는 이번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무기계약직은 노동법상 이미 정규직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고용노동부의 추산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총 31만 1888명이다. 이중 정부가 세운 정규직 전환 기준에 맞는 근로자는 절반가량인 16만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역시 문제는 재원인데, 정부는 정규직화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와 재원 마련 방법을 아직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실제 혜택자가 정확히 파악돼야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만 한 상태이다.
또한,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화의 우선 순위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맞춰진 만큼 고용안정에 초점을 두고 처우개선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파견·용역 등의 경우 전환기준·방법 등을 설계하면서 이윤과 관리비 등을 처우개선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실제 공공기관들은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임금을 용역업체를 통해서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들은 운영비 등을 공공기관에게 받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면 용역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용이 되기 때문에 이런 운용비 등의 비용을 정규직 전환 근로자 임금에 더해 주는 방식으로 별도의 재원 없이 일부 해결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부작용도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업이 일회성 재원마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상황에 노노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의 문제다. 당장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기간제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이런 강력한 의지가 보여지며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더 거세지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증세 카드까지 꺼내들며 향후 커져갈 재원마련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민간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다. 앞서 다뤘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부담에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감내하기에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런 재원부담이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경우 고용감소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비용이 정해진 상황에서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정규직화가 진행되면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취업전문 사이트인 사람인의 조사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신규 채용 영향’을 묻는 조사결과 조사기업의 절반을 넘는 53.8%의 기업이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기업 364개사 대상 조사)
세 번째는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인해 용역·파견업체들의 도산 가능성이다. 당장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던 민간 용역 파견업체들의 피해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계약 기간은 보장하고 업무관련 시설 장비를 매입하거나 소규모 업체의 관리자들을 채용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생업으로 해나가던 사업주들에게는 날벼락인 셈이다. 민간기업 특히 대기업들로 이 문제를 확대하면 조금 더 상황이 심각해진다. 대기업들은 사업구조상 사업의 일정 부분을 외주업체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런 외주 사업을 대기업들이 이제 직접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 수리기사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협력업체들이 직원들도 뺐기고 자신들의 생업마저 사라졌다며 울분을 토한 사례가 그것이다.

고용문제 고려하면 속도 조절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가장 먼저 1선에 내세운 정책이 고용확대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서라도 재난 수준에 빠진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밀어 붙이는 듯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고용시장의 냉각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없는 대우가 잘 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 급하게 달리다 중간에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무리하지 않고 현재의 우리 경제의 체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더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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