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포기가 경제개발과 대북제재의 쌍곡선 함수 푸는 열쇠

  • No : 2276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11-06 16:24:53
  • 분류 : 자유마당

북한 핵포기가 경제개발과 대북제재의 쌍곡선 함수 푸는 열쇠

한·미공조와 한·미동맹 균열 일어서는 안되는 시점

유영옥 (국민대 교수, 국가보훈학회 회장)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래 북한은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채택해 왔다. 그러한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국가적 정책방향의 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경제 발전 5개년 전략수행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고 밝힌 북한경제는 핵문제가 불러온 국제제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과 국제제재는 배타적인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어떻게든 국제사회가 제재를 풀지 않으면 경제개발이 불가능하다. 이 배타적인 쌍곡선의 함수를 푸는 열쇠는 북한의 핵문제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을 체제유지의 보검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 북한이 체제유지의 보검이라는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핵을 포기해야 북한체제가 유지된다는 계산이 선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개발과 국제제재는 쌍곡선 그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당 간부들의 사상교육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학습제강〉 제10월호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까운 시일 내에 풀릴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며 내부적으로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고 자력갱생의 정신을 고취해야 한다”고 기술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습제강〉에서 자신들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북한을 세계가 공인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고 주장하며 “과학기술을 자력갱생 대진군의 강력한 보검으로 틀어쥐고 나가자”고 했다.


이는 북핵 협상의 장기화 국면에 대비하는 일면으로 핵 무력 완성해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체제유지의 버팀목으로 삼고자 하는 북한으로서는 인질범이 무기를 버려야 하는 것처럼 어려운 형국이다. 혹자들은 북한의 베트남식 경제개방이나 중국식 경제개방을 운운하지만 태영호 전 북한공사는 북한의 경제개발모형은 개성공단식 격리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과 평양선언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및 동·서해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경제체제가 상이한 남북한이 경제통합으로 가는 길은 험로 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제체제는 우리의 시장경제체제와는 달리 국가가 소유와 자원의 배분을 담당하는 계획경제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계획경제는 1990년대 경제난과 대기근을 거치면서 주민들에 의해 장마당과 암시장 등이 자생적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체제가 병존하는 새로운 현상은 주목할 만 하다.


현재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을 바탕으로 시장을 매개로한 경제운영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생산계획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분배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등의 시장경제적 요소들이 도입됐다. 기업소에서는 기업관리책임제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협동농장에서는 농장의 실정에 맞게 물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농장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장마당의 공식적인 수는 2010년 200여 개에서 현재 490여 개로 급신장 됐다.


장마당 등 시장경제 요소 도입으로 변화 바람

북한의 장마당과 관련해 시장의 기능적 변화는 주목대상이다. 종전에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소규모로 형성됐던 도매시장이 내륙지역으로 확산되며 거점 도매시장으로 정착되어 소매, 도매, 노동, 금융, 부동산시장 등으로 기능이 분화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경제체제 전환국가들의 실례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한번 시장경제의 맛을 본 사람들은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이러한 시장의 확대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시장화추세는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핸드폰 사용자들이 이미 4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사회에도 정보가 흐르고 있어 정보통제는 종전과 달리 느슨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변화의 뇌관이 바로 이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지하듯이 지난 6월에는 사상최초로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조만간 제 2차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 사이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전례 없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형식적으로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한 평화체제의 정착 및 경제협력에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내막을 살펴보면 북·미 사이에는 핵문제 해결에 대한 큰 시각차를 갖고 있다. 더우기 대북 경제제재의 완화를 요구하는 북·중·러는 최근 밀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 9일 북·중·러 외교차관들은 모스크바에서 3자회담을 갖고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취한 중요한 조치들을 고려할 때,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지표명으로 보이며 북한의 비핵화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갑자기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국제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핵, 미사일 시험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가며 제재완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문 대통령은 유럽순방에서 유럽 각국의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미 사이에 엇박자가 나는 분위기였다. 이와 같이 미국이 소외되는 분위기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적에 매몰되어 자칫 한·미·일 안보동맹의 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전체주의적 정치체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러시아나 중국은 전체주의적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들이다. 북·중·러의 밀착에 대한 경계심과 한·미·일 동맹의 견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지난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 강경화 외무부 장관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외에도 자주 노정되는 한미 외교라인 간에 소통 부족 및 의견차 등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11월 6일의 중간 선거 이후로 넘긴 직후부터 북·미 대화 분위기가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경우 북한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만일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의가 현실화된다면 북한이 트럼프와의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번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당은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한반도 평화와 한·EU(유럽연합)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고평가 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성급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이 북한 입장을 대변해서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이완시키려는 시도를 한다는 인상만 줬다고 혹평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로 뭉쳐야 되는 우리 내부의 국론도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물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되고 한·미 정상회담도 한 차례, 그리고 북·중 정상회담도 두 차례나 개최되어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체제를 협의한데 이어 친서외교 등 고위급회담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남북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표방하고 북한 김정은도 9·19회담에서 “빨리 북핵문제에서 벗어나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싶다”고 언급하며 남북 최고지도자 간 남북경협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10·4회담에서 합의된 사업의 적극추진,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정상화, 동·서해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합의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했다. 첫 번째 회담인 4·27 판문점 회담에서의 주요의제가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므로 남북 경협은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로 경협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남북경협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담았다.


판문점선언의 경협관련 주요내용은 먼저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며 다음은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대책을 추진하고 끝으로 남북공동연락소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이미 9월 14일에 개성에 개소되어 차관급 소장이 임명되어 상시 연락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 회담인 9·19 평양회담에서 남북정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남북경협의 주요 내용은 우선 올해 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시행, 다음으로 조건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하기로 협의했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남측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우리정부에 통보해 왔으나 재가동 여부의 열쇠는 역시 비핵화에 달려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대북제재 해제는 북 비핵화에 달려 있어
이상과 같은 내용들은 첫 번째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며 특히 조건을 전제로 했지만 대북제재에 포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정상화, 동·서해 공동특구설치를 위한 협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를 해 놓고도 북한은 지금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미 중간선거 뒤에 있을 대미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는 명분을 쌓아 가는 인상이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일단 내비쳤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미국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핵협상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입장이 복잡하게 뒤엉키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가 단지 미국과 북한 사이만의 문제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다 알아서 할 문제라는 듯이 소극적이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성과에만 매몰되어 조급증마저 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북 경제제재 때문일 것이다. 지금 북한은 중·러와 연대해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제제재의 전선을 흩뜨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런 미묘한 시기인데도 우리 정부는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에 관대하다는 뜻한 인상을 주면서 한·미공조와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낳게 하는 언행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경제개발과 대북제재의 배타적인 쌍곡선의 함수를 푸는 열쇠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시키는데 대북 및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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