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경제 개인택시 사업

  • No : 1803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9-28 14:32:56
  • 분류 : 자유마당

북한의 사경제 개인택시 사업

김영윤 |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지방도시 택시 수입 하루 수입 12만원

최근 “북한 지방도시에서 영업하는 개인택시의 하루 수입이 100달러”라고 하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개인택시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경제의 변화를 실감하는 터이지만 택시의 하루 수입이 우리 돈으로 약 12만 원이나 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법인택시는 월 약 150~250만 원, 개인택시는 대략 250~350만 원 정도다. 20일 영업을 한다면 개인택시의 경우 하루에 12.5만원~17.5만원 꼴이다. 고려해야 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표면상으로는 남한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택시수입의 남북한 비교가 아니라 하루 100달러라는 돈이 북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력일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택시요금이 주로 달러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택시요금을 달러나 위안화로 지불하지 않으면 환전비용조로 북한 돈 5000원을 더 내야한다고 한다. 이는 얼마 전 외국 국적으로 최근 북한 나진·선봉지역을 방문한 북한 전문가에게서 직접 들어 확인한 사실이다. 택시 요금을 외화로 받으라는 규정은 없지만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택시 요금도 달러나 위안화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택시 이용 전에 달러로 바꾼다고 한다. 북한 돈을 지불하는 경우,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로 취급받기까지 한다고 하니 북한은 이미 외국 화폐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

개인경제 활성화 정도 보여주는 사례

택시라는 운송수단이 어떤 구조로 북한경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까? 택시 영업이 보편화돼 있는 대도시 평양이나 중국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하기 쉬운 나진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개인택시가 운행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사경제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중요한 것은 택시수요가 많다는 사실이다. 시장 상인들이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들이 타 지역으로부터 물건을 조달할 때 택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사를 통해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이용하기 편한 택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택시 기본거리 4km에 2달러, 1km 당 0.5달러가 추가된다고 한다. 보통 가까운 거리보다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데, 10km 정도의 장거리를 이동하면 요금은 5달러를 지불한다. 평양에서는 이미 2500여 대의 택시가 각기 다른 회사의 이름으로 색깔을 달리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전화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리와 흡사한 ‘콜택시’ 서비스도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사경제 개인택시 사업

김영윤 |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북한의 개인택시는 개인이 투자해 운영되는 택시다. 평양지역의 택시는 국영 운수회사라고도 할 수 있는 ‘대동강여객운수사업소’에 등록해야 한다. 개인택시도 마찬가지다. 개인택시의 소유는 개인이다. 일명 ‘돈주’가 택시를 구입해 등록하고 기사를 고용·운영하는 ‘지입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방 택시는 평양 고려항공 항공운수영업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데 여기에는 고려항공 산하 지방택시와 개인 사업자 택시가 있다. 국가택시로 불리는 고려항공 소속 택시는 주로 도시에서 평양을 오가는 택시로 미터기가 부착돼 있고 요금이 비싸지만, 개인택시는 기사가 임의로 요금을 책정하기도 해 비교적 저렴하다.

개인택시 소유주는 기사에게 한 달 수입의 50%(기름 값 포함)를 주는 월급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면서 택시 영업의 안전을 담보받기 위해 평양운수회사나 고려항공에 인사치례로 월 500달러 정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택시는 평양과 국경지역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갈 수 있는데 하루 평균 수입은 기름 값을 제외하면 100달러(북한 돈 8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개인택시는 현재 강원도 원산과 평안북도 신의주, 함경도 청진시, 함흥시, 평안남도 평성시, 황해북도 사리원 등지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돈주’들 앞 다투어 택시 사업에 몰려

개인택시가 돈벌이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앞 다투어 택시사업을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택시 운영권이 개인에게 부여됨으로써 돈주들은 택시구매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돈주들이 택시회사 운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안정적으로 하루에 수십 달러 이상을 벌 수 있어 투자비용을 빨리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식 허가를 받아 택시를 수입하면 세금이 많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밀수로 들여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순천시장에서 거래되는 택시는 새 차일 경우 대당 1만 2000달러, 중고차는 6000~7000달러 정도. 판매자가 번호판까지 마련해 줄 경우에는 5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돈주들은 주민통제업무를 담당하는 인민보안성 등 공안기관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돈주들이며, 택시 기사는 운수사업소에 의뢰하거나 인맥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승용차 여러 대를 사들여 군부대나 국가 명의의 ‘택시사업소’로 등록하고 운전기사들을 직접 채용하고 있다. 개인택시 영업이 성행하면서 택시 판매는 물론 부속품, 기사 채용 등과 관련 업종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택시 이용은 선택의 자유와 직결된다. 행선지와 시간의 자유선택이다. 이동의 자유는 거래의 자유와 연결된다. 거래를 뒷받침하는 것이 운송수단이다. 거래가 많아지고 신속해질수록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게 된다.

달러화 중심 시장경제 크게 확대되고 있어

북한은 201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9%로 1999년(6.1%)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1.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경제의 발전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민간의 경제활동이 개방되면서 시장화가 진전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 시장은 이제 달러화를 중심으로 자생적인 성장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 북한경제는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경화(硬貨)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시장원리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이거나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북한이 달러화를 통한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와 교환을 인정하고 있으며 달러화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크게 확대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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