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신기록

  • No : 2313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12-05 14:12:29
  • 분류 : 자유마당


올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신기록

남북주민들이 간절히 원할때 통일에 다가설 수 있어


2018년은 남북 관계사에서 획기적인 해로 기록될 만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고 후속 회담들도 이어졌다. 남북 정상회담은 판문점 지역에서만 두 차례 개최됐다. 남북의 정상들이 불과 한 달 만에 양측 지역을 오가면서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세번째 정상회담은 9월 18일 평양에서 이뤄졌다. 남북관계에서 한 해 동안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최초의 사례이다. 남북이 분단 이후 2000년 6월 13일 가졌던 제1차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2007년 10월 2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7년 간격으로 이뤄진 사례로 볼 때 올해의 기록은 매우 희귀한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이라는 합의문을 도출했다. 제1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인6·15 남북 공동선언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윤곽을 잡아 규정해놓았다. 제2차 합의문인 10·4 남북 공동선언은 보다 구체적으로 양측이 협력할 사안들을 망라했었다. 올해의 남북 공동선언 특징은 북한 핵문제가 첨예한 사안임에도 제한된 여건 아래서나마 남북이 가능한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고자 한 점이 두드러졌다.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려는 후속 회담들이 이어지면서 합의문들이 양산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북고위급회담은 분야별 회담 일정과 의제를 협의하는 중심 추진체이다. 후속 실무대화는 군사회담이 가동을 해서 비무장 지대내 공동 유해 발굴과 감시 초소의 시범철수 등을 실행에 옮겼다. 그 밖에는 산림 방제와 산불예방을 위한 산림협력 분야, 철도·도로 연결 분야, 체육분야, 한강 하구 공동 이용 등 실무 회담들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1971년 남북이 공식 대화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70회 안팎으로 머리를 맞댔다. 공식·비공식 남북 대화까지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회담 추세는 과거 기록을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상회담의 공동선언 이외에 중요한 문건은 1992년 2월 발효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다. 이 기본 합의서는 전문과 25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화해 분야에서는 상호 체제의 인정과 존중, 내정 불간섭, 상대방에 대한 비방·파괴·전복 행위중지, 정전 상태의 평화 상태로 전환이 규정됐다. 불가침 분야는 무력 침략 금지, 분쟁의 평화적 해결, 현재 남북사이의 경계선과 관할 구역 존중, 군사 당국자 간 직통전화 설치 등이 포함됐다. 교류 협력 분야는 경제 교류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 실시, 이산가족 등 자유 왕래실현, 철도·도로 연결과 항로 개설, 우편 및 전기 통신교류,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력 등이 열거됐다.


‘4·27 선언’은 진일보 한 남북 정상간 합의
남북 기본합의서는 분단 이후 최초의 종합적인 정부간 공식 합의 문건이었다. 그리고 남북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남북, 미·북간 연쇄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 결과물인 합의문은 한반도와 지역 정세의 대전환을 좌우하는 예고편이라고 할 만 했다.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은 유관 당사자 사이에 해석상 차이, 정책적 실행과정에서 이견 등 현실적 제약 요소들을 늘상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이나 내용 자체가 퇴색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해 첫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합의문으로 내놓았다. 양 정상은 전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 시대가 열렸음을 온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했다.


합의 사항은 3개 핵심 의제와 13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첫째는 남북관계의 전면적, 획기적 발전과 공동 번영, 통일 미래를 앞당기자는 합의이다. 여기에는 각종 남북대화의 지속 개최와 개성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사업, 공동 번영을 향해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현대화 협의 사업 등이 포함됐다.


둘째는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는 공동 노력이다. 양측은 이를 위해 지상과 해상,공중에서 적대 행위 전면 중지, 서해 북방한계선의 평화수역화, 교류·협력 활성화에 따른 군사 당국회담의 수시 개최 등을 합의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이 합의에는 상호 불가침 재확인,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축 실현, 금년 내에 종전선언과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중국까지 추가한 4자회담 개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자는 합의 등을 담고 있다.


‘4·27 판문점 공동 선언’은 몇 가지 주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이 선언은 정식 명칭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합의’ 사항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과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선언은 남북간 합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못 박음으로써 진일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합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이 꼽힌다.


이 내용은 한 달 반 뒤인 6월 12일 미·북 정상 회담 합의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로 재확인됐다.


둘째, 북한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남, 대미 회담에 나서면서 정책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혔고, 특사 파견과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종전과 판이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2018. 4. 21.)에서는 핵·미사일 시험 및 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했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이 이렇게 정책 전환을 하게 된 배경에는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과 고립감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대외 협상력을 높여보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북한 비핵화라는 의제에 달렸다.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3조 4항)하는 것으로 일단 매듭지었다. 이 항목은 북한이 종래주장해온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무엇이 다르냐 하는 비판과 함께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 방도가 빠졌다’(뉴욕 타임즈, 4.28.)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 등 국제적 합의 사항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핵 폐기는 국제 평화를 위해 유관국들이 반드시 맞혀야 하는 과녁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결속력과 공조체제가 북한 비핵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해서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북 관리 전략이나 지역 정세의 안정을 도모하는 큰 그림 역시 절실하다. 이는 지역의 관련국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핵전쟁은 직접적인 위험이나 피해의 차이가 있을 뿐, 공동 재앙이라는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는 민족내부와 국제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국제 공조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보다 당당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주도적인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 가야 한다. 우리가 실효성 있는 비전과 정책들을 먼저 입안해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방책이다.


평화의 바람, 지속될 것인가
한반도를 찾아온 평화의 바람은 올해 2월 9일 개막된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불기 시작했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이 함께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2017.8.15. 광복절 경축사, 9.21. 유엔총회 기조연설).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및 대화 용의’를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공동입장과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 고위급 참관단과 예술단 공연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이는 꼭 30년 전 열렸던 서울 올림픽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 올림픽은 동서 화합의 맥을 잇고 냉전을 해체하는 국제정치사적 이벤트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올림픽이 끝난 후 2년 사이 소련과 동구권이 체제전환을 이룬 것도 역사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여파가 한반도 정세와 국제정치의 흐름을 어떻게 타고 갈지는 계속 지켜볼 만 하다고 하겠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핵 실험장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의 완화, 평화체제 보장 등을 상응 조치로 요구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에서의 평화 행진은 지속 가능할 것인지, 혹은 지금처럼 교착 상태로 있다가 긴장의 위기로 치닫게 될지 아직은 확실치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폐기할지, 아니면 핵보유국으로서 ‘경제 건설 총력 노선’의 과실만 따먹으려 할지는 북한과 유관국들의 몫으로 남겨진 상황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긴 시간 인내와 치밀한 대안 준비, 결과와 과정을 함께 중시하는 정책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1953년 정전협정 협상 이래 각종 회담들이 안겨준 교훈이다. 의미 있는 결과보다 드러난 과정에 눈길을 줄 경우, 협상의 균형 감각이 흔들릴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던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 이후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이 그를 말해준다. 북한 핵문제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예정된 미·북 고위급회담이 교착되고,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연기되는 등 미국 내의 대북 정책 흐름은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에만 4차례 치러진 남북, 미·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대전환을 향한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그 무대가 연속성을 갖겠느냐 하는 의구심은 성급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섣부르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면서 북한 핵 폐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쏟아야 할 때임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북·대내·대외 소통과 설득력을 더욱 키워 나가야만 한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은 일단 희망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남북한과 독일의 경우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음에도 기본과 원칙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동·서독 사례는 시금석이다. 한국은 서독의 길을 가야하고, 북한은 동독의 길을 밟아야 평화 정착과 통일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8월 동·서독이 통일조약을 체결했을 때, 당시 W. 쇼이블레 내무장관은 의미 있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동독이 서독에게 ‘품위 있는 가입’(Beitritt in wurde)을 했다고 한마디 던졌다. 당시 동독 의회는 동독 5개주를 서독에 편입시키는 조건 없는 통일방식을 선택했었다. 동·서독은 흡수 방식이 아니라 합의식 통일을 이뤘다.


통일은 섬처럼 갇힌 남과 대문을 닫아건 북을 일거에 바꾸는 일이다. 개방과 협력의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다. 통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남북 주민들이 간절히 원할 때, 그 출발선상에 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북정책은 북한 당국과 핵무기만 쳐다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북 정책은 북한 주민을 중심에 두고 추진돼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해야만 통일에 다가 설 수 있다. 북한의 변화 주체는 바로 주민들이며 통일은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들다. 이것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이 강온의 양면 흐름을 같이 타야하는 이유이다. 이제 대북정책은 분단 관리와 더불어 통일 추진의 방향으로 크게 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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