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해부] 새 정부의 남북관계

  • No : 173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6-30 10:56:29
  • 분류 : 자유마당

‘유연한 대북정책’에도 北 반발 지속…
남북관계 경색 안 풀려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과 북한의 반응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정부가 대북 지원단체의 북한주민 접촉을 잇달아 승인하며 유연한 대북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은 우리의 접촉, 지원 등에 거부의사를 밝히며 경직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에서 나온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지나는 모습.

새 정부의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비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의 길을 걷고 있다. 국제사회는 제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북한의 마이웨이를 중단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곧 붕괴되고 통일이 멀지 않았다며 '대박'을 외쳤지만 붕괴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남북간의 협력은 완전히 끊겼고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채널도 완전히 막혔다.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선원을 송환하기 위해 확성기 방송을 해야만 하는 우스꽝스런 일까지 생겨났다.
고도화 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막힌 남북관계까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마주한 한반도 상황은 엄혹하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공약에서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목표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 하나의 시장, ‘더불어 민주사회’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압박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대화가 사라진 한반도 상황도 한몫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8년부터 대화다운 대화가 사라진 가운데 북한은 네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다양한 미사일 개발과 시험발사를 통해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항구적인 평화정착은 정전의 상황에서 불안정한 한반도 평화를 항구적인 평화로 바꿔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평화를 제도화할 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등을 비롯해 상호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실행해 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나간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나의 시장은 최근 북한의 변화를 반영했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북한의 내부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돈주’로 불리는 자본가가 생겨나고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사회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시장이 대세인 상황에서 남북간의 시장을 통한 결합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고 종국적으로 이 변화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긍정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쪽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더불어 민주사회’ 건설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8000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북한의 인권개선뿐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받는 북한 주민을 돕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은 것이다.

“남북관계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것”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정부의 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시작하고 북핵 문제 진전에 따라 제재가 완화되면 이에 맞춰 점차 교류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5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그래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엔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교류는 시행하는 반면 북한에 돈이 들어가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쓰일 우려가 있는 경제협력 사업은 유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 등 국내외에서 유엔제재 저촉 가능성이 제기된 사업은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재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이런 방침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교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방침 속에서 정부가 5월 26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 인도지원 단체의 북한주민 접촉을 승인했다. 통일부는 승인 배경에 대해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도지원 등 민간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5월 들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지만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대북접촉을 승인한 것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지원은 진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인도적 지원은 인간이 고통받는 데 대해 해야 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기에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 발언에 대해 “우리가 해온 방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물론, 정부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남북관계 복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주변국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교류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상관없으며, 이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접촉이 승인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하고 있는 말라리아 공동방역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안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름철을 맞이해 접경지역 말라리아 방역 차원에서, 남북 주민들의 보건과 안전상 필요성 차원에서 말라리아 약품을 지원하기 위한 접촉 신청”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에 불만 내비친 북한의 속내는…
이러한 정부의 유연한 입장에도 북한이 국내 민간단체의 방북 제안을 일단 거부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조기 재가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대북지원단체의 북북한주민 접촉을 잇달아 승인하며 유연한 대북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은 일단 우리 단체의 접촉, 지원, 방북 등의 의사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히며 경직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356호 등을 거론하며 남한 정부가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북한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외세 추종적이라고 주장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아 왔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5월 18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새로 집권한 남조선 당국이 무턱대고 외세와 맞장구를 치며 온당치 못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노동신문도 5월 중 새 정부의 특사단 파견을 지적하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 화를 청하는(부르는) 어리석은 외세의존 책동에 더는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태도로 미뤄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입장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앞으로 남쪽의 태도를 지켜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5일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만찬에 참석해 북한과 대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북한이 어떻게 호응해 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역대 정권의 남북합의로 되돌아가자”면서 남북한이 그동안 합의한 내용을 기초로 다시 대화와 협력을 모색해보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사실 문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북한에 보내는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한이 남쪽 정부에 6·15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라고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랭한 남북관계에 당장 큰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갈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또 “북한이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으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쪽의 이런 대북접근에 거부감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은 6월 15일 담화에서 6·15남북공동행사 무산의 책임을 남한 정부에 떠밀면서 “미국의 날로 노골화되는 북침 핵전쟁 도발 광기에 대처한 우리의 정정당당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시시콜콜 걸고 들었다”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앞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6월 14일 성명에서 “동족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에 대해 환영의 박수를 보내기는 고사하고 당치않게 위협과 도발로 매도하며 미국과 합세해 제재와 압박을 추구하는 것은 현 정권 역시 전면적인 동족대결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에 비춰볼 때 북한은 조만간 문 대통령의 6·15축사에 대해 비난 입장을 밝히면서 남쪽을 압박할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도 6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은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대해서 길들이기 또는 기싸움을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은 새 정부에서 뭔가 더 얻어내기 위해 강하게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여야 간사들이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 정치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정권교체에도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며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물밑접촉을 통한 의사 교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공식 채널을 통한 공개적인 대화가 어려운 만큼 비공식 비공개 대화를 통해 남북한이 서로가 생각하는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관계를 열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때는 햇볕정책이 흡수통일을 위한 정책이라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내세워 압박을 가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송금 특검 등을 내세워 정권 초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두 정부 모두 2000년 정상회담과 2005년 6·17면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결국 소통을 시작하고 정치적 의지를 주고받으면 남북관계는 열린다는 점에서 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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