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하나의 한글, 두 개 된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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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0-07 15:47:57
  • 분류 : 자유마당

말에 대한 말
말은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
법이다. 언어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생각을 교
환하며 한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역사, 문화, 전통,
풍습 등의 유산을 전달 보존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
다. 언어가 없이는 사람들 사이의 교제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인간의 활동도, 그 어떤 생각의 표현과 전달,
인식 등의 형성과 기록 등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글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작
품이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중에서 말을 만든 사
람들과 연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다. 한
글은 그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에 있다는 점에
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받는다. 이 같
은 한글의 특성은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
아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
이 큰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현재진행형인 분단은 70년이라
는 너무도 긴 시간을 기록하면서 한글의 순수함과 독
창성, 과학성, 애민정신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북한은 끊임없이 자기식대로 언어 정리를 진행하여
‘북한말’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새 세대는 그것을 ‘국어’
로 접하며 자라고 있고, 결과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북
한 말이 번역되어야 이해가 되고 소통이 되는 상황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글이 처한 이러한 현실로 인해 한반도 평화와 번
영에 대비한 남북교류와 협력을 진행함에 있어서 남북
한 언어의 동질성 회복은 최우선 과제로 제기되고 있
다. 여기서는 남북한 모두에서의 생활체험에 기초해
분단으로 인한 한글의 이질화 현상에 대비하여 동질성
회복을 위한 우리의 준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혁명과 투쟁의 무기로 변한 북한 말
오늘 북한은 언어를 민족의 존재와 발전에서 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위한 투쟁의 무기로 정하고 있다. 일반적
으로 언어는 개별언어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을 주는데 국
한 되지 않고 서로 다른 사회적 현상에 대해 구별하는
특성과 기능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언어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관한 문제를 인
간의 사회생활과 활동의 견지에서 그리고 사회적 집단
으로서 민족과의 호상관계 속에서 보고 언어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언어가 인간생활의 힘 있는 수단, 인민대
중의 자주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무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해방 후부터 사회건설의 단계마다 ‘사회주의
적 민족어’ 건설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배계층의 입맛에
맞게 언어의 변화를 이루어왔다. 북한지역에서 언어정
리는 해방 후 1960년대 중반까지 부분적으로 진행됐고,
1960년대 후반 김일성이 ‘조선어를 발전시킬 데 대한 몇
가지 문제’,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갈 데
대하여’ 등의 노작이 발표되면서 본격화 됐다. 〈노동신
문〉에 실린 아래의 글은 언어에 대한 북한의 최근까지
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사상·감정과 문화도덕수준은 거의나 말을
통하여 표현되게 된다.…. 표준문화어, 평양 말을 쓰는
것은 우리의 문화생활의 원칙이다. 우리는 문화어에 다
른 나라 말이나 표준어가 아닌 말이 절대로 섞여 들어오
지 않게 해야 한다”
북한은 언어를 혁명과 건설의 도구로 복무하는 혁명
의 무기로 규정하고 ‘고유한 우리말을 적극 살려 쓰는
사람이 유식하고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애국심이 높
은 사람’이며 ‘자기민족의 언어를 사랑하는 것이 애국’
이라고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한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어 대신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
어 체계를 ‘문화어’ 혹은 ‘평양문화어’라고 규정하고, 말
다듬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많은 한자어들이 바뀌고 일부 새로 생겨난
말도 있지만 상당기간 지나면서 생활 속에 정착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한 사이의 발음, 맞춤법, 띄어
쓰기,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 라틴글자 표기 등에서
일정한 차이를 가지게 됐다.
현재 분야를 막론하고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의학, 수
의학, 축산학, 농학 등 전문분야에서 그 실태는 더 심각
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수의학 사전에 있는 단어를 중심으로 남북의
기술용어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전에 표기된
약 3000개의 올림말 중 349개의 해부학 용어에서만 81개
의 단어가 우리의 표현과 달랐다.
북한이 만들어낸 ‘평양말’ 표준어는 실지로 정의가 부
재한 상태에서 그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인
위적이고 교묘한 강제이며, 언어의 자연스런 운명에 대
한 폭력이다.
평양말은 위로부터 민중에게 강요되는 것으로 지배계
층들이 지적이지 못하고 도덕적인 것이 결여되는 과정
을 통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
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일부 언어들은 문화적 텍스트나
실천행위들을 통해 고유한 우리말의 실제 이미지를 왜
곡하고 있다. 왜곡된 언어는 일반대중의 이익과 상반
되는 몇몇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
‘평양말’ 표준어는 인민들이 생활과정에 축적하거나
지향한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있어서 북한사회에 내재
하는 구조가 만들어낸 일방적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북한의 새로 만들어낸 언어에는 뚜렷한 의미가 없는
차이만이 존재한다.
변화를 하더라도 민족을 의식하여야 하며, 의사소통
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남북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
는 집단계약이 있어야 한다.
동질성 회복을 위한 생각
우리 한글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텍스트나 작품들 그
리고 소통하는 과정에 내재하는 언어적 규칙들이 있
다. 그러므로 남북 언어통일의 과제는 한글이 가지는
의미와 새로운 말의 생산을 지배하는 규칙과 관습들
(구조)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언
어변화에서 ‘누구를 위한 기준인가’가 아닌, ‘누가 중심
이 되어 언어기준 문제를 정하는가?’에만 의미를 두고
평양말을 ‘문화어’로 정하고 변화돼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하여 한글은 일부 지역적 차
이가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의 방식이며, 표현의 형태
로서 동질성을 보장해 왔다.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
에도 지켜낸 우리말이다. 남북은 현실을 인식하고 고
유한 한글에 존재하는 언어체계와 일반법칙, 다양한
형태의 언어행위의 보존을 위해 서로를 내려놓고 접
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 원칙은 국민을 중심에 놓고 한글의 창제정신
인 ‘자주, 애민, 실용’을 구현하는 것이다. 즉 일반주민
들이 생활과 문화실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비교 분
석해 차이점을 찾아내고 여기에 기초해 국내현실과
세계적 추이를 적절하게 반영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중시하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방대함을 감안해 생활언어 및 교육과 실천에
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를 중심으로 선택하여 체
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각각의 전문
분야별로 용어를 분석하고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
하여야 한다.
남북을 불문하고 우리 한글의 간결성, 정확성, 명료
성, 통속성을 보존하며 논리성을 보장하고 추상성과
일반성, 생동성, 정서, 독창성과 참신성을 보장하는 원
칙에서 남북한의 언어 동질성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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