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역사와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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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1-05 14:26:31
  • 분류 : 자유마당



감염병의 역사와 백신

 

김명자(서울국제포럼 회장환경부 장관)

 

지구 역사 45억 년에서 박테리아는 35억 년 전에 생겨났고, 바이러스는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태고적부터 미생물과 공생해온 인류의 유전자는 8%가 바이러스로부터 왔다.

17세기 과학혁명 이후까지도 역병(疫病)의 원인은 천상계의 행성들의 배열이 지구에 나쁜 기운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재난(Disaster)의 의미 자체가 나쁜 별’(Bad Star)이었다. 19세기 후반 박테리아의 존재, 20세기 들어 바이러스의 실체가 베일을 벗기 시작하면서 역병에 대한 이해는 미신으로부터 과학으로 격상된다. 그러나 코비드-19 팬데믹 사태에서 보듯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사회의 공포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원전 1141년 람세스 V세의 미라에는 곰보 자국이 남아 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역병(장티푸스/발진티푸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를 패망시켰다. 로마시대의 안토니우스 역병(천연두/홍역, 165-180)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를 전쟁터에서 죽게 했고, ‘팍스 로마나는 저물어갔다. 이후 성 키프리아누스 역병(251-266)과 그보다 더 지독한 유스티아누스 역병(페스트, 541-542)에 정치적, 종교적 요인이 복합되면서 결국 로마제국은 멸망한다.


중세 말에는 사상 최악의 팬데믹이 닥친다. 1340년대 기상이변으로 흉년이 들고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1346년부터 쥐벼룩이 옮기는 페스트로 세계 인구 5억 명 중 유라시아 대륙에서만 2억 명이 희생된다. 페스트는 1840년까지 재발했고 현재도 근절되지 않았다. 1930년대부터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극복 가능한 전염병이 되긴 했으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해 있다.


팬데믹 사태는 과도한 공포를 낳고, 속죄양을 만들어 차별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를 낳았다. 14세기 페스트 때는 우물에 독극물을 풀어 역병이 퍼졌다는 헛소문으로 유대인들이 화형에 처해진다. 14세기 가톨릭은 역병을 신이 내린 형벌이라 여기고, 자신의 몸을 피가 날 때까지 때리며 용서를 간구하는 신앙의식의 종파까지 생겨났다.


페스트로 공동묘지가 되다시피 한 유럽은 인구의 급감으로 영토와 부를 장악하고 있던 지배계층이 파산한다. 소상공인의 길드 조직과 상업이 활기를 띠면서 초기 자본주의의 기반이 조성된다. 결국 페스트 이후의 세상은 인간 중시의 인문주의를 향한 르네상스 시대로 이행하게 된다.


근대 들어서는 구대륙으로부터의 정복자들이 신대륙으로 역병을 전파한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상륙 이후 북아메리카 인디언 인구는 15세기 말의 6000만 명에서 식민지화 이후 500-600만 명으로 급감한다. 1529년 스페인의 에르난도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현재 멕시코)을 함락시킨 사건과 1531년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68명의 병사로 잉카제국의 8만 군대를 무찌른 사건도 천연두가 해치운 일이었다. 코르테스 침략 이전에 2000만 명이던 아즈텍 인구는 1618년에 160만 명이 된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비롯해 유럽 왕실을 무차별로 공격했다. 동양에서도 청나라 세조 순치제가 1661년 천연두로 24세에 사망한다. 그 승계는 장자가 아닌 셋째 아들이 했다. 고문관으로 북경에 주재하던 아담 샬이 얼굴을 보고 이미 곰보가 된 셋째 아들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8세에 즉위한 강희제는 61년 간 통치하고 인두법(人痘法)도 개발한다.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낸 팬데믹은 1918년 인플루엔자였다. 세계 인구 18~19억 명 중 5억 명이 감염되어 5천만~1억 명이 1년 반 사이에 희생된다.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 1800만 명과 제2차 세계대전의 전사자 5600만 명을 합친 수를 웃도는 피해였다.


21세기 팬데믹은 고대의 바이러스로부터 신종 바이러스까지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시간문제이고 정도 차이일 뿐 팬데믹은 또 오게 돼 있고, 기후위기와 연관된다. 팬데믹 대응에서는 진단, 치료, 백신이 열쇠고, 사태를 종결시키는 것은 결국 집단면역이다. 집단면역의 획득은 자연적인 것과 백신 접종이다.


자연적인 집단면역은 스웨덴 등 일부 국가가 시도하다가 이내 접어버렸다. 따라서 팬데믹은 애당초 백신 개발과 대량생산, 포장, 보관, 배송(logistics), 접종 단계에 의존하게 되어 있었고, 백신 확보 시나리오가 중차대한 과제였다. 코비드-19 백신 개발은 역사상 최초의 최단 시일 내 개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통상적으로 10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10개월로 단축시켰고, 여러 가지 유형이 여러 회사에서 개발됐다. 그중 기존 생백신 등의 방식과는 달리 연구단계에 있던 유전자 기술의 상용화로 mRNA 백신 개발이 개가를 올렸다.


기존의 백신은 달걀에서 단백질 원료 성분을 배양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mRNA 백신은 배양 과정이 없어 제조가 빠르고 가격이 싸고, 바이러스를 직접 넣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러나 mRNA는 인체 내에서 곧 파괴되기 때문에, 일정 시간 유효성분이 파괴되지 않도록 mRNA에 당 성분을 결합시키고 세포막과 비슷한 지질성분으로 감싸는 나노 입자(Lipid Nanoparticles)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온테크(BioNTech)이 개발한 ‘BNT 162b2’와 모더나의 ‘mRNA-1273’mRNA 백신이다. 둘 사이에 콜드체인(Cold Chain)의 온도와 일회 접종량에 차이가 나는 것은 지질 성분 피막의 성분과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접종 후 면역기간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독감처럼 접종을 반복해야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비드-19 백신의 역사상 초단기간 개발은 21세기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성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30여개 국가가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결국 우리의 정책적 판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빨리 백신을 확보하고, 여러 종류 백신을 확보하며, 우리 과학기술의 SWOT 분석에 의해 자체 개발과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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