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힘으로만 지킬 수 없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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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02 13:37:31
  • 분류 : 자유마당

개인의 힘으로만 지킬 수 없는 자유

 

신중섭(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한·, ·중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북, 북미 사이에도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평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8, 과거 정부의 통일교육지침서를 대신하여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을 발표했다. 학생과 일반인의 통일교육을 통합한 이 문서는 평화통일교육의 목표로 평화통일의 실현의지 함양 건전한 안보의식 제고 균형 있는 북한관 확립 평화의식 함양 민주시민의식 고양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이전과 눈에 띄게 다른 것은 평화의식 함양이다.

평화의식 함양은 상대를 갈등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다름을 인정하고 관용의 정신을 키워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평화의식 함양은 남북 간의 대립과 상호불신과 갈등,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세대별개인별계층별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통일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야기할 수 있는 문화적 충돌을 피하고, 향후 통일과정에서 남북 간의 사회적 통합을 모색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평화의식을 강조하면서도 건전한 안보의식 제고 균형 있는 북한관 확립을 제시함으로써 평화와 안보,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중시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만을 앞세우면 안보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고, 북한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식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남한과 관련된 북한의 교육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북한 교육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1975)’에 따르면 북한 교육의 목적은 사람들을 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진 공산주의적 혁명인재로 키우는 것이며, 사람들은 공산주의 위업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북한의 교육은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혁명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치사상교육이다. 김정일도 중등일반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교시했다. 정치사상교육 내용에는 반혁명·반착취제도 교양이 있으며, 여기에는 미제국주의·일본군국주의 반대 투쟁, 지주·자본가 등의 착취계급과 착취제도의 본성-포악성 고발, 남조선 반동성과 부패성 교양이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4년에 발간된 중학교 제2학년 사회주의도덕에는 원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을 가슴깊이 간직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중요한 도덕입니다. 그것은 원쑤놈들이 사람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온갖 악한 짓을 다 저지르며 우리의 아름다운 꿈과 행복을 짓밟고 우리를 제놈들의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미쳐 날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을 안고 그놈들을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할 때 귀중한 우리 행복과 미래, 사회주의제도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쑤는 미일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괴뢰들,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계급적 원쑤들이다. 북한은 남한을 있는 그대로 교육하지 않는다. 북한의 교육 목적 가운데 하나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최대한으로 불러일으켜 파괴해야 할 적으로 내면화시켜 학생들을 인간 병기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평화교육으로 이러한 북한의 교육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은 입장을 바꾸어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북한은 체제 안정과 생존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탈냉전 이후 소련의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국제적 고립에 직면하여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 개발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을 추구하고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2021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의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서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히였다.”고 하면서,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립장의 반영으로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군사적 우위에 입각한 통일 추진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내었다. 이런 입장은 핵전쟁 억제력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 입장을 제도화, 공고화하겠다는 것으로 해할 수 있다.

중국의 젊은 학자 자오퉁은 대국들이 우리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제멋대로 흥정하려 들던 시대를 영원히 끝장내었다는 김정은의 당 대회 발언을 남북통일 실현이 핵심 민족 이익이며 북한이 핵심 이익을 미국의 간섭으로 실현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북한은 전략과 전술 2중 핵 역량으로 미국의 군사적 간섭을 막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능력을 키워 최종적으로 북한이 희망하는 방식으로 민족 통일을 실현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방력 강화의 토대에서 통일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당장의 통일이 아니라 체제 안정의 바탕에서 통일의 길로 나서겠다는 소위 선() 체제 안정, () 통일 추진이라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과 미사일을 통한 강력한 군사력에 우리는 평 화로만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고 협력을 중시하는 평화의식은 군사적으로 강한 국력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자유와 번영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이 강조하는 평화의식은 남북 간의 대립·상호불신·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세대별·개인별·계층별 가치관의 차이가 초래할 수 있는 문화와 가치관의 충돌을 피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북한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공감의 태도도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큰양보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하더라도 국가는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외부의 적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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