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한반도 정세...美 대선 앞두고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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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8-04 16:09:49
  • 분류 : 자유마당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대선 D-100, 노딜로 교착된 평화프로세스

2019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상을 뒤엎고 노딜로 끝났다. 그로부터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국과 북한 간의 고위급 대화는 사실상 중단상태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오는 11월이라는 점과 북미 간 고위급회담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중대한 양자회담과 협상에 남은 시간은 이제 2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초가을 전 미국과 북한이 양자협상과 대화 재개를 명시적 공식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에 이어 다시 한번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건설과 한반도 비핵화의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려워질 것이다.


202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80년대 말 냉전이 공식적으로 종식된 후 40년이 지났으나 불행히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 간의 충돌이 심화하면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하고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경이다. 미 대선을 100여일 앞둔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지속해서 완화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갖추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코로나에 발목 잡힌 트럼프

미 대선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은가? 미 대선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변수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미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 또한,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 기간에 어떤 대미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여기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건설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셋째, 대선 이후 미국은 어떻게 대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먼저 미대선 캠페인과 주요 변수를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재선 가도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 보였던 트럼프 현 대통령은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미국을 강타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도와 리더십을 크게 손상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한국, 대만, 독일 등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규모와 정치제도를 가진 다른 국가정부들이 위기 초기단계에서 속히 벗어나 효과적인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통해 이제 수습관리 단계에 접어든 반면, 미국은 아직도 중앙정부가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코로나 사태가 과연 언제 수그러들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안과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확진자 수는 400만 명을 돌파했으며, 14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사망자 숫자를 뛰어 넘는 수치다. 공공의료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 시설과 전국적인 검사시스템 부재를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지만, 백악관은 아직도 정치적인 수사와 낙관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국 모든 학교가 가을학기 시간표에 맞추어 정상수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학생과 교직원 사이에서 코로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게 생각했던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경제호황을 불황상태로 뒤집어 놓았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약 2조 달러규모의 경제부양 패키지인 케어스 법안(CARES Act: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을 통과시켰으나, 미국 경제는 심각한 고용위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 7월 중순 약 130만 미국인이 실직보험 수당을 신청했다. 이는 실직보험 수당을 신청한 미국인 숫자가 17주 연속으로 매주 1백만 명 이상인것으로 미국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7월 현재 전국적인 실업률은 약 11%에 머물러 있다. 이는 약 3200만 명의 미국인이 실업상태에 있다는 것으로, 현재 고용위기는 대공황 기간과 1982년 경제불황에 비교해도 약 2배 정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인종차별정책 악재로, 현직 프리미엄도 무시 못 해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경찰개혁과 인종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항의와 요구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5월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 경찰의 용의자 체포과정에서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불길처럼 미국 각 주를 덮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위를 공공질서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단순 폭동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고, 경찰개혁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어떠한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지못했다. 그 결과 흑인 유권자를 포함한 소수인종 유권자들과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후보자로부터 등을 돌렸다.


7월 둘째 주 NBC NewsWall Street Journal 공동여론조사와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후보인 조 바이든에게 전국적 지지도에서 약11%에서 15% 뒤지고 있으며, 대선 승리에 중요한 애리조나, 미시간, 플로리다 주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로만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변수를 고려해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먼저 대선 전여름에 실시된 전국적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과연 얼마나 정확히 실제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트럼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앞선 적이 없었다.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마이클 두카키스와 1992년 민주당 후보 존 케리도 11월 대선 전 여름까지는 공화당 후보를 전국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정작 대선에서는 패배했다. 둘째, 현직 대통령이 누리는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인 대선후보가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지난 28년 미국 선거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셋째, 후보 대 후보 비교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다지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12~15일 실시한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합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신뢰도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약 45%의 동일한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대통령측면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후보를 47% 45%로 오히려 앞서고 있다.

 

대선 앞둔 북-깜짝회동가능성은?

그렇다면 대선 캠페인 기간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은 어떻게 될까?

먼저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해서 중국 때리기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핵심기술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정치공세를 계속 강화함으로써, 코로나 방역위기와 경제침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중국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차원에서 한국과 유럽 국가들에게 대중국 공세를 지지하고 성원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그저 정상 간 사진을 찍기 위한 정상회담에는 관심이 없다는 기본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맞는다면 또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흥미롭게도 지난 7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대미 담화에서 북한은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미국 독립기념일 축하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등 미국에 대한 통치자의 개인적 친근감을 드러내고 조건에 따라 사태의 급변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보였다.


이를 종합해 본다면 소위 ‘10월의 깜짝회동시나리오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고, 단지 어떻게 미국과 북한 수뇌부가 촉박한 시간의 부담 속에서 실질적이고 중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정상회담의 기본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K-방역이라는 성공적 사례를 보인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향해 G-7 정상회의의 확대와 한국의 참여를 제안한 바 있다. 비록 주 어젠다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제고와 한미협력이지만, 한국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대화와 협상의 추동력을 다시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중재역할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으나,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구적이고 법적인 종전 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화해의 로드맵을 성사시키는 기반을 다져나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할 시점이다. 그 작업은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과 그 이후 장기화된 북미대화의 단절, 그리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포함한 북한의 6월 도발행위에서 잘 나타나듯이, 북한의 안보불안과 경제위기, 미국과 북한 간의 깊은 상호불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로 정의된 미국의 전략목표 등을 조화시켜 풀어나가는 것은 대단한 지혜와 인내, 적절한 타이밍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 대선 이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비핵화에 대한 어떤 긍정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11월 미 대선 이후 새로운 대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의 조속한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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