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우리 선거제와 어떻게 다른가?
선거인단 확보가 관건…4년 임기에 연임도 가능
박명호(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한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미래의 불안감이다. “최근 미국인의 총기 구매가 사상 최고”라는 보도는 사회적 혼란에 대해 미국인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한다는 뜻이다. 어떤 선거결과가 나오든 불복시비가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다. 대부분의 조사를 보면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많게는 10% 포인트 이상 적어도 오차범위 밖에서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혹시나’하는 우려를 한다. 2016년 패배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에도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결국 트럼프에 패배했다.
다음 주 대선의 승부처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로 보는 의견이 많다. 2016년 트럼프 대선승리의 발판이었던 6개 주가 2020년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결정적이다. 특히 ‘역대급’으로 예상되는 우편투표와 이에 따른 논란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대선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 4년 임기지만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처럼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지만 5년 단임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선거인단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는 의미에서 ‘공식적으로는’ 간접선거다. 국민직선으로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부분이다.
미국 대선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실시되는데 올해는 11월 3일이다.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1845년 의회에서 선거날짜를 정할 때 가을 추수가 끝나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의 시간을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화요일로 정한 이유는 일요일은 교회에 가고 월요일은 선거를 위한 이동일로 삼기 위해 화요일이 투표하는 날로 결정되었다.
11월 3일 선출된 대통령 선거인단은 12월의 둘째 수요일에 투표한다. 선거인단은 상원의원(100명), 하원의원(435명) 그리고 워싱턴DC(3명)을 합한 538명이며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과반수(270)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11월 3일 선거인단 선거에서 사실상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었지만 대통령 선출의 공식절차는 계속된다. 1월 6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를 개표하여 대통령 당선자를 공식확정하고 선출된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한다.
선거인 등록해야 투표 가능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35세 이상으로 미국에서 최소한 14년 거주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은 세계에서 가장 간단한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18세 이상이면 미국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다. 1971년 선거연령이 18세로 인하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21세였다. 물론 지금처럼 인종과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 시민이 대선에 참여할 수 있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흑인과 백인이 아닌 시민에게 선거권이 부여된 것은 수정헌법 15조가 만들어진 1870년이었지만 흑인이 정작 투표에 참여하게 된 건 1960년대였다. 원주민 인디언의 투표권도 1924년에 공식적으로 주어졌지만 실제는 1940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18세 이상의 미국시민이라 하더라도 대선투표를 하려면 선거인 등록이 필요하다. 노스타코다를 제외한 4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선거인 등록을 요구한다.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유권자가 되는 우리나라와 대표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선거인 등록을 요구하지 않는 노스다코다는 선거인 등록 없이 신분증을 지참해 투표할 수 있다는 것으로 1993년 선거인 등록절차의 간소화에 따른 결과다.
1993년 선거인 등록법 제정 전에는 선거권자가 주소지를 옮길 때마다 선거인 등록을 해야 했다. 선거인 등록법은 선거인 운전면허등록과 같은 사무와 선거인 등록사무를 연계하여 선거인 등록절차를 간소화 시켰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한 선거인 등록도 확대되는 추세다. 39개 주와 워싱틴DC가 온라인을 통한 선거인등록을 허용한다. 선거일 당일등록을 통한 투표참여가 가능한 곳도 있다. 사전등록을 하지 못한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선거인 등록을 한 다음 투표하는 방식으로 21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실시한다.
대통령 선거운동과 선거자금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도 우리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국 대선은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선거운동 역시 후보자의 자금여력과 전략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 관련 법규는 선거와 관련한 선거비용의 모금과 지출에 집중되어 있을 뿐 선거운동 기간, 방법, 그리고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선거 관련 법규가 완비되지 않았던 때지만 조지 워싱턴은 대부분의 선거자금을 유권자들에게 술을 사주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선거별로 정해놓은 우리나라는 투표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발표를 제한한다. 하지만 미국은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당일까지 매일밤 등록된 선거인들과 인터뷰를 실시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론조사 결과발표 금지기간도 점점 완화되는 추세이고 언젠가 사라질걸로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어린 나이에 당선된 사람은 43세의 존 F. 케네디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은 73세의 레이건이었다. 만약 1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이 된다. 50개 주중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주는 모두 21개 주이다. 21개 주중에서 두 명 이상의 대통령을 배출한 주는 매사추세츠(4명), 뉴욕(5명), 노스캐롤라이나(2명), 오하이오(7명), 버몬트(2명), 텍사스(2명) 그리고 버지니아(8명)의 7개 주다.
승자독식의 선거인단 배분 방식
미국 대통령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직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했고 이 중 재선에 실패한 단임 대통령은 5명이다. 최근 사례로는 포드, 카터 그리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단임 대통령이다. 재선에 도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공식적으로 미국 대선제도는 간접선거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직접선거의 성격을 갖는다.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주별 투표결과에 따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체 투표수(popular vote)보다는 어느 주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사람들의 관심이 더 많다. 미국 대선제도의 가장 특이한 부분이다.
미국 50개 주중 48개 주와 워싱턴DC는 승자독식의 방식이다. 그 주에서 한 표라도 이긴 쪽에 전체 선거인단 수를 몰아준다는 뜻이다. 일반투표의 결과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경우는 메인과 네브라스카 두 곳이다. 미국 역사상 일반투표 결과와 선거인단 투표결과가 달랐던 적은 다섯 번 있었다. 1824년, 1876년, 1888년, 2000년 그리고 2016년 선거가 그랬다. 선거인단 투표결과가 서로 엇갈린 이유는 승자독식의 선거인단 배분 때문이다.
2016년 선거에서 힐러리 후보는 국민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밀렸다. 당시 힐러리 후보는 국민투표에서 48.2%로 46.1%의 트럼프 후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트럼프에 77표나 뒤졌다. 재검표까지 이루어졌던 2000년 선거는 더 극적이었다. 당시 아들 부시 후보는 민주당 고어 후보에게 48.4% vs. 47.9%로 밀렸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표 앞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무소속·소수당, 당선가능성 희박해도 선거에 영향
선거제도가 다르지만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이 둘 동시에 존재하는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2016년 힐러리와 2000년 고어는 개표 직후 “패배승복 연설”을 통해 패배를 인정했고, 특히 고어 후보는 “내일 우리는 모두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음 주 미국 대선에서 선출될 대통령은 트럼프 또는 바이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무소속 혹은 제3정당의 후보로 열심히 선거운동 하는 대선 출마자는 모두 1218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별 기준에 따라 절차를 거쳐 대선후보로 등록된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앨라배마는 5000명, 알래스카는 3212명, 애리조나는 등록 선거권자의 3%, 아칸소는 1000명, 캘리포니아는 196,964명 등의 선거권자 추천(petition)을 요구한다. 소수정당 후보자의 경우에는 미주리는 10000명, 사우스다코타는 직전 주지사 선거기준 2.5%의 선거권자 추천을 요구한다.
이들 무소속 또는 소수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양당 후보의 일반 국민투표에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와 트럼프의 표차는 287만여 표였는데, 양당 후보가 아닌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는 모두 760여만 명에 달했다.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로 보이는데 국민요구를 담아낼 정당과 정당정치의 과제라는 건 한국과 미국에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