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과학 충돌하는 뉴노멀 시대, 갈등사회 미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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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05 13:25:24
  • 분류 : 자유마당



정치와 과학 충돌하는 뉴노멀 시대, 갈등사회 미국의 선택은?

바이든, 트럼프 2기 독주 견제하며 통합의 정치행보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두 차례의 세계전쟁, 핵무기 확산, 그리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한 경제성장과 안정이라는 케인지주의 경제 모델로 대표되는 20세기가 끝났다. 21세기가 소위 뉴노멀(New Normal)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은 지난 10년 간 학계와 언론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세기의 세계가 노멀의 시대이고 21세기의 세계가 뉴노멀의 시대라면, ‘두시대를 과연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는 뉴노멀 시대의 도래를 글로벌화하는 국제체제의 물적 토대와 비물질적 토대의 변화의 결과물로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하고, 일상과 정상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노멀의 시대에서 뉴노멀시대로서의 전환을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뉴노멀시대의 미국의 인식 변화

뉴노멀시대는 미국인들이 자국이 특별한 국가인지, 보통국가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특별하면서도 다르지 않다는 애매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고민하면서 살아가게 됐다.


먼저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과 초고속 교통수단의 발달, 그리고 고도화된 현대의 무기체계는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거리공간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변화시켰다. 사회학자 조지 시멜이 지적하듯이 지리는 비단 물리적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과 문화적 동질감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이다.


IT산업과 교통수단은 이러한 지리의 비물질적 개념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시민의식과 친밀도도 높여줬다. 동시에 국경과 이민, 시민권에 관한 정치적 논쟁과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20019·11 테러는 미국이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라고 믿어왔던 미국인의 안보의식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글로벌 테러리즘에 대응한 미국에게 이제 중앙아시아와 중동은 더이상 저 멀리 존재하는 타인의 지역이 아니라 미국의 생존과 안보와 직결된 핵심 안보지역이 되었다.


두번째, 이러한 거리와 공간개념의 변화는 미국 사회에서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거리에 대한 개념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은 우리는 누구인가 (Who Are We?)라는 제목의 저작에서 미국사회를 진짜 미국사회후발 미국사회로 구분했다. 헌팅턴과 같은 시각을 가진 정치인과 학자들에게 21세기의 미국 사회는 앵글로색슨계의 미국인이 건설한 진정한 미국과 아시아 대륙과 중동지역,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새로운 미국인이 구성하는 새로운 미국의 공존과 경쟁의 사회인 것이다. 노멀(normal)’뉴노멀의 병립과 견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미국사회의 구성원이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코로나 계기로 자국의 시대적 정체성 고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지난 2만 년 동안 하찮은 동물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지배하는 동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또 그 상상의 산물을 언어와 기록을 통해 대대손손 전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직 인간만이 상상력과 상상의 산물을 진리로 믿고 후손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진 덕분에, 육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자연정복과 문명건설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국만큼 이러한 상상의 힘의 영향 속에서 탄생하고 진화한 국가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서구 문명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중세시대와 봉건주의를 경험하지 않고 탄생한 국가다. 그 결과 왕정통치, 계급사회, 농노제도에 기반한 산업구조, 토지개혁의 유산에서 자유롭게 태어난 국가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누구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을 부여받아 태어났다는 공동의 믿음에 기반한 사회가 미국이다. 그러나 거리와 공간에 대한 개념 변화, 그리고 그 결과 집단적 정체성과 공동체의식에 변화를 겪으면서 누가 진정한 미국인이며,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여야 마땅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미국정치와 사회에 심각한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화두를 중심으로 방역생명이라는 목적으로 고립차단의 정치를 이어갔다.

20201월부터 미국정부는 어떤 선제적 방역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은 미국영토와 인구를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재해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국가안보전략의 결정 차원에서만 결정된 것이 아니라 열린 사회로서의 전통적 미국의 정체성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가의 차원에서도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폐렴혹은 우한 폐렴이라고 일컫은 것은 미국의 현 정부가 거리와 공간, 그리고 국제유대와 협력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셋째,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서 미국 내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11월 대선을 계기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회의 정체성위기는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계속되는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 경찰폭력과 흑인희생자 사망 사건을 통해 증폭됐다.


수정헌법 2조의 수호가 중요하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냐는 논쟁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Lives Matter)’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Matter)’는 운동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고질화되었고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법과 질서의 수호냐 소수인종 인권의 보호냐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계속 첨예화되고 있다.

 

트럼프:바이든= “법과 질서”:“단합과 평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 국내정치에서 통합과 다양성보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추세가 우세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8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시위 영상을 공유하면서 그들은 시위대가 아닌 무정부주의자이며 바이든의 유권자들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들을 폭력배들(Thugs)”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트럼프와는 달리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캠페인에서 다인종 사회로서 미국의 단합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소수인종 부모를 둔 카멜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면서 자신이 경찰폭력과 인종차별 방지에 얼마나 진정으로 노력할 것인지를 역설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백인 유권자층과 공권력 부문 종사자들의 지지를 감소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5월 경찰폭력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을당시 나와 트럼프 중 누구를 지지할지 판단하기 어려우면 흑인이 아니다라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만일 당선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인 카멜라 해리스에게 국정운영을 위임할 것이라는 공화당 측의 문제 제기도 바이든 후보에게는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와 과학의 충돌 속 치러지는 대선

마지막으로 뉴노멀시대의 미국은 정치와 과학의 충돌이라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논리와 과학적증거의 대립, 혹은 과학의 정치화가 코로나19 사태와 여타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미국 사회에서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사태의 극복과 백신의 조기 보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 찬 발언과 2021년 말까지 미국은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의 경고는 정치와 과학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7일 미국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으나,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의료계는 백신을 정치화하거나 근거가 빈약한 희망적 메시지를 남발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존의 대선 캠페인 방식을 접고 실시간 비대면 유세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드라이브 인(drive-in)’ 선거 운동으로 전환하면서 친과학·친방역정치행보를 선보였다. 이러한 선거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계산으로 코로나19의 위험을 경고한 보고를 무시해 적절한 방역 기회를 놓쳤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편승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차별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실내 유세를 강행하는 등 정치와 과학의 분리 성향을 보였다.

트럼트 대통령과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12개 주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로 남한 면적의 약 20%에 해당하는 21043가 손실되었고,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310만 에이커가 화재로 손실돼 역사상 최악의 화재피해를 기록했다.


이러한 재해 상황을 두고서도 양 진영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 진영은 재해 대응과 피해 지원을 치적의 증거로 내세우는 반면,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대응 부실 문제를 집중공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피해지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 확산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의 분석을 부정하자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 주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몰아붙였다.


뉴노멀시대의 미국 사회는 공간과 거리에 대한 개념변화, 공동체 의식과 집단 정체성의 위기, 사회적 다양성과 법질서의 공존, 초저금리의 일상화와 경제구조의 이원화, 그리고 과학의 정치화라는 독특한 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과 11월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의 영향으로 최근 더욱 심화하고 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이제 점점 구조화와 일상화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뉴노멀시대의 미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 출범하는 리더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증폭이냐 조정이냐 중에서 한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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