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 No : 1625
  • 작성자 : 자유연맹
  • 작성일 : 2017-03-13 15:51:09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정치 지도자부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존중심 보여야…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 로 성취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졌었다. 권위주의 정부 를 통해 이룩한 경제성장에 대한 심리적 부채는 민주화 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됐으며,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 화를 이룩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나라의 국 민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이러한 국민적 자부심은 송 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경제적 격차가 심화돼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 3포, 7 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땅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조적인 표 현은 우리 사회 병리 현상의 또 다른 표출이다. 이런 상 황에서 벌어진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 사회를 움직 이는 정치 경제적 작동원리(operation system)가 완 전히 부패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 리가 살아온 나라가 이런 나라였나?”라는 한탄이 널리 퍼졌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이 땅에 떨어 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불우한 상황에서 벗 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표출되고, 그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다. 선거 가운데 가장 사회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선거는 대통령선거다. 대통령선 거는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무너진 자존심과 자부심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런 전기는 정치인들의 역사에 대한 변화된 인식과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립묘지에 참배 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포부와 결의를 다진다. ‘국립 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 장(安葬)하고 그 충의(忠義)와 위훈(偉勳)의 정신을 기 리며 선양(宣揚)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가가 국립묘지 를 설치 운영한다. 한강이 굽어보이는 동작동 국립현충 원에는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비롯해 대부 분의 역대 대통령들이 안장돼 있다. 이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은 국가가 그들이 ‘국가 나 사회를 위한 희생을 했거나 공헌했다고 판단’했기 때 문이다. 이 때 국가는 특정 정파나 이념의 신봉자가 아 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국가다. 대통령은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이념적 선호나 신념에 상관없 이 모든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 개인의 관점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존중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모든 국민은 대통령을 대통령 으로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존경한다는 것 은 구별돼야 한다. 대통령의 업적이나 인품이 자신의 기 준과 맞지 않아 존경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존중은 해야 한다. 우리는 나보다 못난 사람이나 도덕적으로 문제 있 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서 존중해야 한다. 한 인간에 대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면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역에는 가지 않고 자신이 존경하는 대통령의 묘역에 만 존중을 표한다. 이런 행위를 통해 두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린다. 이런 정치인 의 참배 방식에 환호를 보내는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두 대통령에 대한 결례(缺禮)일 뿐 만 아니라, 그곳에 안장한 국가에 대한 결례이고 나아 가 국민에 대한 결례다. 정치인의 이런 태도는 두 대통령이 집권한 약 30년 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 살아있는 전 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 국립묘지에 안장되면 그 대통 령에 대해서도 참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10년 이상의 역사가 그들이 부정하는 역사에 포함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근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새롭게 탄생한 대한민국의 역사 대부분은 민주 화를 위한 준비기간이나 투쟁기간으로 의미가 있을 뿐 이다. 물론 1948년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 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독재가 있었고, 인권탄압이 있었고, 고문과 억압이 있었다. 이런 행태들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그림자를 잘 극복해 왔다. 우리 현대사에는 치욕과 영광이 공존한다. 우리가 주 목해야 할 것은 ‘역사의 치욕’에 눈감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극복해 왔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우리는 자 긍심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현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많 은 문제점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문제의 책임 을 다른 사람에게만 돌리고 그 사람들을 증오하고 그들 에 대해 분노할 때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 지 않는다. 자기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이 없는 국민은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 다.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국가를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건설적 의지를 상실하 게 된다. 이 나라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에 대해 냉소적이 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잠룡 들이 무수히 나타나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자신의 결의를 다질 것이다. 이들이 그곳에 묻힌 모든 사람 들에게 존중과 경의를 표하여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 한 자부심과 존중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지난 과거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겸손함과 희망을 표현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국가에 대 한 국민들의 자부심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