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국리민복: 자유민주주의와 사회통합 – ①자유민주주의의 기원과 특성

  • No : 274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1-21 16:51:53
  • 분류 : KFF뉴스

[기획연재] 국리민복: 자유민주주의와 사회통합 – ①자유민주주의의 기원과 특성


강원택 I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자유주의의 기원은 봉건적이고 절대군주제였던 구체제
(Ancient Regime)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근대 사회를 건설
한 시민 계급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 시민 사상인
자유주의는 르네상스, 종교개혁, 절대 군주에 대한 시민혁
명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그 배경이 되는 사회적 변화는 자
본주의 경제의 발전이었다.
자유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인 존 로크(John Locke)의 사
상은 왕권신수설로 대변되는 정치적 권위의 전통적 기초,
봉건적 신분 질서, 세습적, 귀족적 특권에 맞서는 가운데
제기되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과 그러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계
약’에 의해 성립되는 ‘사회’, 정치적 권위의 정당한 기초로
서 ‘동의’의 관념, ‘노동’에 의해 소유된 사용 재산 및 ‘사적
소유권’의 절대성에 대한 옹호는 봉건적 질서에서 근대사
회로 전환해 가는 시대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었다.
홉스(Thomas Hobbes)는 개인 사이의 불평등한 지배, 복
종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의 정치적 권력이 신이나 자
연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고, 자연 상태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계약에 의해서 생겨났다
고 주장했다.
구체제 붕괴시킨 시민 계급의 사상에서
자유주의 기원 찾을 수 있어
개인의 사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자유주의 사상은 법
의 지배를 통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를 도입함으
로써 개인의 신민(Subject)에서 시민(Citizen)으로 전환시키
는데 일조했고, 입헌국가를 도입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자
의성을 견제하고, 정치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
급의 경제적인 불평등이 발생하고, 자유주의가 재산 있는
사람들의 자유와 이성을 존중하여 이들에게만 투표권을
허용하자 혁명을 방지하기 위하여 투표권을 확대한 자본
가 계급의 선택은 민주주의 제도 채택을 의미했고, 자유주
의 사상과 제도에 민주주의 사상과 제도가 결합하게 되었
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개념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가 권력 소재와 관련
된 이념이라면 자유주의는 권력의 제약과 관련된 사상이
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국가 권
력 창출의 근거가 시민의 동의에 기초한다는 개념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는 방식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갖는 시
민이 복수의 대안이 존재하는 경쟁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통치 권력을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
이다.
반면, 자유주의는 권력의 창출보다 권력의 운영에 대해
주목한다. 시민의 동의에 기반하여 성립된 국가권력이라
도 권력의 행사에는 제약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에서의 국가 권력에 대한 관점은 국가
권력 행사의 영역을 일정한 틀 속에서 구속시킴으로써 그
것의 행사를 제약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자유주의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민주주의가 전제
하듯이 모든 사람의 참여와 동의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가 절대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의 동의에
의한 정부, 법의 지배에 의한 권력의 견제와 제약을 주장했
다. 그런데 당시 말하는 동의의 대상은 교양과 재산을 가진
소수의 부르주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계급 등 정치참여에 제한을 받았던 대중들이
그 ‘동의’의 과정에 대한 참여를 요구했을 때 그 요구를 배
제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서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탄생은 서로 대립하는 ‘이념’으로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가 갈등과 투쟁 끝에 이룬 타협이자 화해로 볼 수 있다.
부르주아 계급의 이념이었던 자유주의는 ‘인민주권론’으
로 요약되는 민주주의와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일정한 재
산과 교양을 갖춘 자에 한해 시민의 자격을 인정하던 자유
민주주의의 19세기에 시민권의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 계
급 등 일반 대중의 강한 도전에 직면하여 보통선거권 체제
의 확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서구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탄생이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가치
그런데 자유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관용
이다. 이런 가치가 등장하는 데에는 종교의 자유의 문제가
있었다. 자유주의는 세습 귀족의 특권과 절대왕정, 교권개
입 정치에 전통에 저항하는 이념으로서 발전해 왔다.
자유론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의 불완전성으로부터
관용의 중요성을 이끌어 냈다. 그는 인간은 자신의 탐욕을
자제할 능력이 부족하고 이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
른 사람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논
리적 사고능력도 역시 불완전하므로 인간의 생각은 종종
오류를 범한다고 보았다.
밀은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함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타인의 공정한 비판이
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전
제 조건이 ‘관용’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
견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관용의 정신이 상호 간에 존
재하는 곳에서만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
이다. 이러한 관용은 또 다시 상이한 이해관계나 가치의 공
존에 대한 인정, 다원성에 대한 존중의 기반이 되는 자유민
주주의 체제의 핵심적 가치가 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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