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개헌 논의 본격화… 6·13지방선거 동시 실시 정치권의 셈법

  • No : 1871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1-30 15:56:02
  • 분류 : 자유마당



개헌 논의 본격화…
6·13지방선거 동시 실시 정치권의 셈법
국회 개헌특위 재출범,
각 당마다 개헌 시기-내용 생각 달라
정도원 | 뉴데일리 정치부 기자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가 지난 1월 15일 첫 전체회의를 가졌다. 자유한국당(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회에서는 한국당 이주영 위원장 등 3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개헌특위가 헌법개정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원혜영 위원장 등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정개특위가 선거제도를 다뤄왔다.
두 개의 특위를 합치되 특위 정원은 25명으로 축소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 10명, 국민의당이 3명, 바른정당과 정의당이 각 1명씩을 위원으로 선임했다. 특위 구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헌 의지가 강한 소수정예로 구성하자”는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의 제안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동의하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받아들인 결과다.
6·13지방선거 동시실시,
민주당과 한국당의 찬반 속내
헌정특위가 재출범하면서 각 정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개헌 당론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 연말 4회에 걸친 개헌의원총회를 열고 ▲기본권 ▲경제재정·지방분권 ▲정당·선거제도 ▲정부형태를 논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개헌의 백미(白眉)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한 권력구조(정부형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종민·최인호·이종걸 의원이 각각 ▲협치형 대통령제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에 관한 발제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다선 중진의원들은 많다. 그러나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통해 국회에 첫 등원한 초선 의원들, 이른바 '문재인 키즈'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는 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권력구조와 관련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못박았다. 정권 초창기, 청와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여당의 당론은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4년 중임 대통령제 주장을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는 개악(改惡)”이라며 반대한다. 또한 개헌의 시점도 문제 삼고 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의 동시실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6·13 지방선거 때, 유권자는 1인당 7~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든다. 여기에 개헌국민투표까지 겹치면 9장에 투표를 해야 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이 지방선거의 곁다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의 속내는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는 어차피 투표율이 50%를 왔다갔다 한다”며 “(한국당이) 25% 지지율만 되면 승산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개헌국민투표와 지방선거가 겹치게 되면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 1987년 10·27 국민투표 때의 투표율은 78.2%였다. 일부 권역(경상북도)에서는 최대 91.8%라는 투표율까지 나왔다. 이를 감안하면 개헌국민투표의 동시실시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방선거 돌파 전략을 세운 홍준표 대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력구조보다 선거제도 개편 관심 국민의당
통합을 진행 중인 국민의당은 권력구조 개편보다도 선거제도 개편이 관심이다. 안철수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역사는 한마디로 ‘3당 잔혹사’”라고 정의했다. 그 말대로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합쳐진 현 제도 하에서는 제3당이 오래 존속하기 쉽지 않다.
양당제·다당제는 권력구조보다도 선거구제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영국과 미국의 권력구조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로 상이하지만, 두 나라 모두 비례대표 없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당과 노동당(1차대전 이전에는 자유당),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제가 확고하다.
국민의당은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개의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 뿐만 아니라 차점자, 3위 득표자 등도 함께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제3당의 존속에 유리해진다.
도농복합선거구제도 논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인구가 많고 면적이 좁은 도시권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되, 그 반대인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자치구가 갑·을·병 선거구로 나뉘어 있는 도시(서울 강남)는 중선거구(3인 선출)로 하되, 5개 군(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이 하나의 지역구를 이룰 정도인 농어촌은 선거구의 지나친 광역화를 막기 위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국회서 안 되면 3월 중 개헌안 발의”
청와대는 2월 말까지 국회 헌정특위의 논의를 지켜본 뒤, 3월부터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2월에 (개헌안에) 합의해서 3월에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보고 기다릴 생각”이라면서도 “국회가 합의를 못하면 정부가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 이상 공고하되,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내에 국회 의결을 거쳐, 국회에서 의결된 날로부터 30일 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최장 90일, 약 3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투표하려면 정치일정상 3월 중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정 제시는 국회의 개헌 논의를 압박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1987년의 개헌 과정을 돌아보면, 9월 18일 민정당·민주당·신민당·국민당 등 원내 4개 교섭단체의 합의로 국회의원 264인에 의한 개헌안 공동발의가 있었다. 정부는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개헌안을 공고했다.
이후 국회는 10월 12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개헌안 발의로부터 국민투표까지 한 달 남짓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5월초에만 개헌안이 발의돼도 지방선거와 동시에 투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의 3월 발의 카드는 엄포용”이라며 “실제로는 3~4월 중 계속해서 개헌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면서 국회를 압박해오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로 개헌안의 직접 발의에 나설까.개헌안의 발의 권한은 대통령과 국회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발의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든, 국회 의결에는 재적 3분의 2 이상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국당 단독으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의결될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실제로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높다.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대통령의 발의 가능성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反)국회·반(反)야당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밋빛’ 기본권과 복지조항으로 포장된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야당 탓을 하며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이 중진의원의 주장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러한 관측에 펄쩍 뛴다. 오히려 올해 초에 있었던 헌법자문위원회 안을 향한 ‘사회주의 헌법’ 공세를 역(逆)프레임 전략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치다.
지방선거에 어떤 형태든 영향 미쳐
여야 쌍방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실제로 단행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만 그 영향은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변수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해에는 선거 직전 3월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 만행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를 열흘 앞둔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된 사실을 밝히며 강력한 응징 의사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선거는 보수정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7개를 차지한 통합민주당의 신승으로 끝났다. 미리 설정한 ‘프레임’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헌안이 합의되지 않아 대통령이 발의하고, 개헌저지선을 가진 제1야당이 반대해 무산된다는 것은 너무나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의외성이 없어 선거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를 내려놓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던지는 식으로 야권과 국민이 예측하기 못한 의외의 카드를 내놓아야, 개헌이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달 이후의 개헌 논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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