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급랭기의 남북교류협력 복원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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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8-04 16:08:19
  • 분류 : 자유마당

이성노(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부장)

 

급랭된 남북관계, 찾기 힘든 돌파구

최근 들어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독주에서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면서 미중관계 경색이 한층 더 심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도 미국 행정부의통상 압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홍수로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들어 남북관계를 파탄낼 것처럼 엄청난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급기야는 남북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켜 버렸다. 금방 대남도발이라도 할 것 같은 강경 분위기가 한 달 내내 계속 이어졌다. 곧이어 중국의 대북식량 80만 톤(60만 톤, 옥수수 20만 톤) 지원이 완료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공세적 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막후 대화를 가진 것 같다는 설이 이어졌다.


이어서 우리 정부의 대북 협상 사령탑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겠다는 희망 섞인 보도가 이어졌고,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대표 겸 대북특별대표의 서울방문이 이어졌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대화는 꿈도 꾸지 마라, 우리는 우리 식대로 가겠다라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평양 인근에 새로운 핵 기지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북한 외교는 흔히 벼랑끝 전술로 표현되곤 한다. 이는 치킨게임 하듯이 위기를 조장하고 크게 증폭시켜나가다가, 마침내 상대가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때리려고 들면 납작 엎드리면서 큰 것을 양보하는 체하며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내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전술(hit and clinch)을 일컫는다. 북한은 주기적으로이 전술을 구사하면서 핵개발 관련 시간도 벌고 지원도 확보해 왔다.


이번 남북관계 급랭도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다 코로나로 인한 민심의 동요 등 내부적 어려움을 국제관계를 통해 해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과 대화 모색 시 남북관계를 급랭시켜 미국과 중국의 관심을 끌어들이면서 북미 대화를 추진하고 성사시킨 많은 사례가 있다.

 

남북교류협력 지속의 필요성

남북이 분단된 지 금년으로 75년이 됐다. 그동안 남북은 제각기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심화시켜 공고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남북은 급속도로 이질화가 진행됐고 그만큼 동질성은 희석됐다. 북한은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아직 상업은행과 주식회사 등 개인상업이 공식 허용되지 않는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으며, 유사 종교적 국가에다 절대왕정이 가미된 특이한 통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착실히 안착되어 경제의 전 부문에 글로벌화가 이루어져 있고, 토지 공개념이 논의될 정도로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고 있으며 거주이전, 종교, 집회, 직업선택, 언론·출판 등 기본권적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고 있다.


남북교류의 가장 큰 중요성은 현 시점에서 평화를 증진시키면서 한반도의 분쟁지역화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통일 과정과 그 이후 민족 동질성 회복에 드는 제반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독일의 경우 구동독이 사회주의 진영 국가 가운데 가장 선진화되고 자유주의적 국가였음에도 지금까지 약 1750조 원의 통일 비용(통일에 따른 신규 투자)이 소요됐으며, 통독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오씨·베씨(동독, 서독) 논란이 있는 등 사회문화적 통합은 완성되지 못한 것같은 느낌이다. 정치경제적 통합은 이미 완료됐지만 사회문화적 통합에는 향후 20여 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남북한의 경우 북한은 구동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으며(유엔 통계 2018, 1인당 GNI850달러, 한국은행 통계 1300달러) 철도·도로·항만·전기, 산업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한국의 70년대 전·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의 강북, 청진, 신의주 등 대도시만 1인당 GNI 3000달러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근에는 종합시장 허용 등으로 국가 통제 하의 개인 장사가 허용되어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시스템 자체가 사회주의적이고 당국이완전 사회주의로의 회귀를 외치다 보니 경제 자유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지붕이 있는 종합시장이 북한 전역에 490여 곳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상업은행이 없고, 금융 온라인망이 구축되어 있지 못한 가운데 2019년 북한의 무역액은 295000만 달러였다(대북제재 이전에도 70억 달러 미만이었음).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다고 할 때, 현재 상황에서의 통일은 엄청난 통일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국가의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천조 원의 통일비용은 감당이 어려울 것이다. 거기다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북한주민들이 겪게 될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가오는 통일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교류협력은 사회문화적으로 남북 주민간 접촉면을 넓혀 이질화를 방지하고 동질성을 확대해가는 유일한 방안이다. 현재 남북 사이에는 언어뿐만 아니라 종교를 대하는 태도 등에 있어 큰 이질화가 발생해 있다. 지금 서울은 기독교 세계 10대 교회 가운데 6개가 있을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해 있는 반면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어 성경을 소지하기만 해도 큰 처벌을 면치 못하며, 기독교 신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당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남북 경제교류의 경우 대북 퍼주기 논란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통일 비용 선집행의 의미와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우선 경험케 하는 큰 의미가 있다. 국내 경제·경영 관련 학술 단체들이 제3국에서 제3국 학자들과 함께 북한학자들과 당국자들을 초청해 시장과 회계 등을 교육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남북간 철도·도로·항만, 산업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보다 큰 자본이 투자되는 것이므로더 큰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해야 할 투자가 선 집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남한 주민들이 편익을 보게 된다. 북한 내에 개성공단만한 공단이 서너 개 더 들어선다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게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투자한 SOC 투자의 혜택을 우리 국민들이 보지 않겠는가? 우리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고,중국 대륙철도(TCR)와 연결할 경우 우리 국민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보게 되고 북한 경제의 대 남한 의존도가 더 확대되어 남북간 평화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은 정권적·단기적 시각보다는 국가적·장기적 안목에서 계획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프로젝트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들이 추진하고자 했던 남북교류협력 관련 제반 정책들이 모두 포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이 구상에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고 통일로 가기 위한 비전과 꿈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급랭기 남북교류협력 추진방안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남북간 교류협력은 한층 더어려워졌다. 사실상 지난 20105·24조치 발동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는 전면 중단되어 있었고,국제제재가 강화되면서 2016년 개성공단 마저도 중단되어 이렇다 할 교류협력 없이 10년이 지났다.


남북교류협력이 가장 잘 됐던 때는 2000년대 중후반인 2007, 2008, 2009년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남북지자체간 교류도 활발해 북한 농촌 소득증대를 위한 협력사업도 다수 진행됐다. 또한 북한 내륙에 진출해 합영·합작하던 국내 업체도 70여 곳 있었다. 물론 교역액으로만 보면 개성공단 활성화에 따라 2015년이 271400만 달러로 최대이긴 하지만 교류협력의 폭과 양태로 보면 그러했다.


그동안 남북교류는 같은 민족이 서로 분단되어 체제경쟁을 하는 가운데 행해지는 민족 내부 거래라는 특성과, 육로로 물자나 사람 등의 이동시 유엔군 사령부가 관계하는 정전체제 하의 분단국 사이의 교류,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자본주의국가 대한민국 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북한과의 교류라는 세 가지 특성 속에서 진행됐다.


남북교류는 198877일에 있었던 노태우 정부의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7·7 특별선언으로부터 시작되어 약 30년이 경과됐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좋을 때면 남북교류도 활성화 추세를 띄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교류도 위축됐다. 남북관계 급랭기에는 교류가 전면 중단될 정도로 격감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볼 때 남북교류가 잘 될 때면 성장률이 1% 정도 더 올라갔다가 안 되면 1% 이상 감소하는 추이를 보일 정도로 남북교류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남북교류의 목적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통일과정에서, 통일 이후의 통합에 따른 제반 비용과 시간 절약에 있다고 할 때 지금까지의 교류는 각각의 사업 주체들이 낮은 연계 속에서 제각기 행하는 점점이 흩어진 사업단위의 단발성 교류였다면, 향후 교류는 점점이 흩어져 행하던 것들을 네트워크화해서 면으로 만드는 사업이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교류협력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 지자체와 남쪽 남북교류협력 추진 주체들이 결합되어 교류협력이 행해지면 지역 종합개발이 가능해진다. 북한 당국의 경제개발구 투자유치 의지와 우리의 북한개발협력이 종합적으로 연계되면 취락구조 개선부터 소득증대 사업, 교역 경협이 지역 차원에서 연계되어 시너지가 발생할수 있다.


북한은 제3국에 비해 높은 교육 수준, 높은 근로의욕, 낮은 물류비용, 낮은 노동쟁의, 저렴한 투자비용 등으로 인해 효과성이 높은 투자처이다. 아직 저개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압축 성장의 여지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개성 주민 53000여 명을 고용하고,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개성 주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과 같이 다른 지역에 남북 협력 공단이 서너 개가 더 생긴다고 하면 그만큼 많은 물류 이동과 인적 교류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교류는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남북관계 활성화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교류협력 추진이 가능하지만 경색기에는 경색의 수위에 따라 교류협력도 그 폭과 다양성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촘촘히 행해지고 있어서 남북교류 또한 극히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으로 물품을 보내기 위해서는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사전 점검해야 하며, 유엔 대북제재 면제품목인지 여부를 유엔에 사전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물품과 현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데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영유아 물품이나 임산부, 전염병 치료제 등 극히 필요한 인도지원 물품을 제외한 물품 제공은 거의 다 차단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물품 제공이 따르지 않는 종교, 문화, 스포츠,학술, 관광 등 사회문화교류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3국에서 회계나 기업경영 관련 기법을 강의하고 교육하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은 운영이 가능하며, 남북간 고적답사나 유적 발굴복원사업 등도 추진이 가능하다. 북한도 나름의 종교단체 등이 있으므로 이들과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여 진행할 수도 있다. 해외동포와 합동으로 북한 산업시설 시찰 등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북관계 급랭기에는 북한이 사회문화 교류마저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공동 참여 등을 통해 교류협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며, 북한의 학자, 관료, 업계 전문가들을 제3국으로 초치해서 행하는 학술 기술 전수 프로그램 진행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남북교류가 장기간 중단됐던 관계로 우리 사회내부의 남북교류협력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교류도 사람과 물자, 돈의 이동이 전제가 되므로 나름의 법제도적 접근방식과 북한에 대한 이해, 사업상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업이 10여 년 간 중단된 관계로 과거 사업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고령화되어 향후 사업 재개 시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교류협력 관련 민관협력체계(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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