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물길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살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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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4-10 11:06:44
  • 분류 : 자유마당

사람들이 물길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살게 하려면


사회가 변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변하고 삶을 인도하
는 가치관도 변하기 마련이다. 요즘 기성세대가 젊은이
들과 말할 때 “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은 금물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과거가 무
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먹고 사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모든 것을 먹고 사는 문제에 몰입했던 세대들의 가치관
이 오늘날 더 이상 통용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먹고 살
기 위해 도덕 같은 것을 때때로 어기고, 목적만 좋다면
수단을 크게 문제 삼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면 된
다’는 기치 아래 물질적 성장에 몰두했다. 이러다 보니
민주주의, 평등, 인권, 정의 같은 것들은 뒤에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 때는 말이야”같은 말은 잊어버릴
때가 된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현재’, ‘그 때’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그 때는 말이야”를 잊을 때가 된 것은 ‘그 때’
의 노고와 성취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림대 경제학과 김
인규 교수는 ‘민주주의는 사치재’라고 했다. 경제학적 관
점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 민주
주의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곧 먹고 사는 문제가 해
결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이다.
예외적인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은
경험적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근
대사를 좀 더 관대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과
거의 산물이고,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여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같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도 모
두 ‘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이렇게 말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는 자신들과 달리 ‘그 때’에는 노력만 하면 얼마든
지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열려
있었다”고 말한다. ‘그 때’는 사회의 모든 부분이 팽창하
던 시절이라 의욕만 있으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스스로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와 달리 오늘의 상황은 “노력해도 되는 것
이 없고,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과 무관한 부모의 능력
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젊은 세대
의 주장이다.
또한 높은 자살률과 실업률, 낮은 행복도와 같은 문
제도 모두 사회 탓이라는 것이다. 수저 계급론이 등장하
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을
보면 젊은 세대의 진단은 설득력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세습자본주의’라고 하였다.
개인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능력이나 노력
이 아니라 그가 상속받은 재산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
장이다. 대물림은 교육에까지 확산되어 학력의 대물림
을 형성함으로써 생활수준의 대물림이 영원히 고착된
다는 것이다.
세습자본주의에서는 봉건시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신
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봉건사회의 신분제도가
타파되어야 하듯이 ‘세습자본주의’도 타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은 젊은 사
람들에게 ‘분노하라’고 외친다. 그리고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행복’, ‘공간’, ‘위로’, ‘힐링’ 같은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노력하라’, ‘도전하라’와 같은 말
은 금기어가 되었다. ‘모험’보다는 ‘안정’이, 도전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이 젊은 사람들의 생
활 지표가 되었다. 우수한 두뇌가 모험적인 분야에 도전
하지 않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많은 사람들이 몰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이제 젊은이들에게서 ‘야성(野性)’은 찾
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국가가 개입하면 사회의 역동성 잃어
이런 사회 분위기를 틈타 국가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
분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간다. 국가는 “국민의 행
복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개인에게서 자기 책임의
원칙을 거두어간다. 개인의 행복을 가로막는 모든 문제
를 정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짓누르
는 청년 실업ㆍ낮은 경제 성장을 해결하고 치솟는 집값
을 잡겠다고 나선다.
게다가 사람들은 정부는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문
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경제 문제를 정
치로 해결하려는 국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람들의 박
수에 힘입어 다시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과장하여 시장
에 개입하고, 온갖 규제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양분하여 사회 분열을 부추
기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경제적으로 상
층부에 속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상황
은 호전되지 않는다. 정부나 시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면 나설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라는 것
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국가의 강제가 개입되면 사회가 역동성을 잃고, 사람
들은 엄한 아버지의 지시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된다. 중
앙에서 막강한 권한을 사용하여 경제를 통제하면,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개인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박탈당한
다. 자유가 없는 기업이나 개인은 자기 결정권을 상실하
고 좌절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목적에 도전하여 그
것을 성취할 때 삶의 보람을 느끼는 법인데, 국가로부
터 어린이 취급을 받는 기업과 개인은 일한 의욕을 잃
고 주저앉는다.
좋은 일자리 창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이런 상황에서 활력을 유지하는 곳은 국민의 세금 즉
국가의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과 개인뿐이다. 국가의 돈
은 ‘뜯어먹기 좋은 빵’이 된다. 그러나 경제가 활력을 상
실하면 그 빵도 곧
 
사라진다. 국가는 자신이 할 수 있
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곳에 맡겨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고, 국민의 건강을 지
키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 자신이다. 국민을 행복하
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몫이 아니라 국민 개인의 자발
적 노력이다.
국가가 인내심을 가지고 한발 뒤로 물러나면 사람들
은 스스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에 대해 보람을
느낄 것이다. 국가가 멈춘 자리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무
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도전하고,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괴로워도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인생살이는
탄탄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야생의 길
이다. 오직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떠내려간다. 때
로는 시류를 거슬러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
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
실에는 좋은 시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시절도 있
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모두 값진 경험이다. 그렇게 계
곡을 힘겹게 올라간 사람만이 정상에서 펼쳐지는 아름
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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