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성장 잠재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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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3-03 13:50:58
  • 분류 : 자유마당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성장 잠재력 저하

-육아 양립·주거비·노후대책 등 연결한 마스터플랜 마련해야

 

박철중(열린뉴스통신 산업부장)

 

인구는 감소하고 게다가 인구의 다수를 노령층이 차지하는 선진국들의 고민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엿보이지 않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인구가 갈수록 줄고 그나마 노동력이 떨어지는 늙은이들만 잔뜩 있고 어린이는 구경하기 힘든 나라가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서 나라가 늙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술의 발달과 신약 개발, 보건 의식 향상 등으로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은 자꾸 떨어지는 탓이다.

핵심 노동력이 감소하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고 성장 능력이 감축될 수 밖에 없다. 기술력을 향상하거나 노년층을 노동현장에 투입하는 등의 대안으로 대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경제 활동력이 왕성하고 창의성이 높은 노른자위 연령대의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정부 재정 측면에서도 주름살이 커진다. 2549세 연령대는 경제활동력이 왕성한 것에 비례해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다. 따라서 이 연령층이 줄어들면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의 큰 축인 소비가 흔들리게 된다. 또 수입이 없거나 감소하는 중년, 노년층의 인구 비중이 높아져 최저 생계 및 건강 보장을 위한 정부의 복지 지출 수요가 늘어나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 결국 핵심 노동력이 감소하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돼 경제 규모가 쪼그라드는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여서 얻는 효과는 25년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코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 인력과 북한 노동력 활용을 높이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유능한 젊은 인력이 한국의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일반 국민들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 포용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로 당장은 핵심 연령대의 일자리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활기차고 유능한 노동력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경제 발전이 동력을 갖출 수 있다. 핵심 노동력의 확충 못지 않게 고령자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은퇴시기를 60세 이후로 늦추었고 은퇴 이후의 일자리 창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노동 수명이 긴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가 경제 동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생산인구 감소 결국 정년연장으로 풀어야

()저출산·고령사회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윤곽이 2019918일 공개됐다.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 대책 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으로 생산연령인구 확충, 절대 인구 감소 충격 완화, 고령 인구 증가 대응, 복지지출 증가 관리 등 4대 핵심 전략을 안건으로 다뤘다.

생산연령인구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3개 세부 정책과제까지 내놨다. 당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정년 문제가 정책 과제에서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생산가능인구 확충 전략은 외국인에 대한 빗장을 과감하게 풀고, 고령자 고용 인센티브를 확대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생산인구가 늘지 않고서는 웬만한 기술혁명이 일어나더라도 국민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경제성장 없이는 재정수입이 원활하게 확보될 수 없고,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장기체류 비자 전환 규모를 늘려 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오래 국내에 머물게 하고 우수 인재 비자를 새로 만들어 고급 전문인력의 가족동반, 장기체류를 유도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최근 급증했지만, 이 가운데 전문인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절대 인구 감소를 눈앞에 두고 생산인구 확충은 필요하지만, 정책 시행 과정에서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국내 대기 인력과의 이해 충돌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정년이 넘은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근로자당 월정액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이 신설됐다. 60세 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기준율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분기별로 27만 원을 지원하는 고령자고용지원금과 신중년 일자리를 창출한 사업주에게 최대 1년간 최대 매월 80만 원을 지원하는 장려금은 금액과 대상이 확대됐다.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고령 인력을 활용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시적 당근책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현재의 법정 정년을 늘리기 위한 정부 주도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기업이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의 의무를 갖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 폐지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2022년에 검토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1명 미만인 0.98명으로 떨어졌다. OECD 36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 1.65명을 크게 밑도는 압도적인 꼴찌다.

이런 추세로라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852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인구추계 결과도 나왔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지난해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에 지금까지 1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절대 인구의 감소는 교직원 수요, 병역, 주거 등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를 요구한다.

 

나라 근간 흔드는 노동인구 감소특단 대책 필요

오는 2040년 한국의 인구는 2018년과 비슷하겠지만 노동인구는 17% 줄 것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 20년간 전체 인구에는 큰 변화가 없겠으나, 초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는 현격히 줄어들어 성장잠재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WTO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전 세계 노동인구가 17%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며 개발도상국은 물론 주요 국가나 지역 가운데서도 노동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다.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노동인구만 줄면 결국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사회보장 및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재앙적 국가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상황인식과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의 초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가파르다.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0.98명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마저 깼다. 출생아 수는 326900명으로 가까스로 30만명 선을 유지했으나 2019년에는 그마저도 무너져버렸다. 통계청도 특별 추계를 통해 2021년에 합계출산율이 0.86명으로 떨어지고 50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계산으로도 합계출산율을 1.0명으로 전제하고, 여성이 30세 때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했을 때 30년 뒤 연간 출생아가 지금의 절반인 15만 명으로 줄고, 그 이후 30년 뒤에는 750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노동인구로 대변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이들이 부양할 고령 인구가 늘면 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래세대의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하고 늘어나는 노인복지 등 사회보장 비용도 늘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 덩달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그 여파로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줄고 경제에 활력이 떨어져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된다. 이제 우리가 사는 한국을 그런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둘 것인지, 모두 힘을 합쳐 다이내믹 코리아로 일으켜 세울지를 다시 한번 냉엄하게 되새겨야 할 때다.

정부가 초저출산·고령화 대응에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26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고도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합계출산율 목표를 세우고 주먹구구식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달린 문제 해결에 안이하다는 느낌이다. 몇 년 안에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당장은 별문제 없다는 안일한 인식이 작용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생애 주기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 현실적 걸림돌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더욱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과 육아의 양립, 치솟는 교육·주거비와 노후대책 해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절박한 인구문제를 그냥 뒤로 넘겨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장기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개혁도 더는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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