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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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01 10:29:32
  • 분류 : 자유마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

 

남완우(전주대 산학협력단 교수)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시작

2011311일 일본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 반도 동남쪽 130km 지점에서 진도 9.0이 넘는 일본 최대의 지진이 발생한다. 이 지진으로 일부 지역에는 평균 10m, 최대 소상 높이(평상시 조위에서부터 경사면이나 비탈에 남은 침수 흔적까지의 높이) 40.1m에 달하는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 도호쿠 지방을 비롯한 많은 태평양 연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일본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5895, 부상자 6156, 실종자 2539명이었다. 일본에서 자연재해로 사상자 및 실종자가 1만 명이 넘는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지진 직후 도호쿠(東北) 지역 일대의 원전 29기 가운데 11기가 가동 중단됐고, 지진 1시간 후에는 후쿠시마(福島) 1원자력 발전소에 최대 14~15m의 쓰나미가 덮쳐 원전 1~5호기 전부 전원이 끊겼다. 이로 인하여 원자로를 냉각할 수 없게 되자 1호기부터 3호기까지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down)이 일어났고, 이 멜트다운으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에서 최악에 해당하는 7등급이었으며, 이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어떻게 다뤄왔나?

20113월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자로 건물 아래로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그로 인해 방사능 오염수가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안에 세슘과 스트론튬 등 이온과 입자 형태로 존재하는 방사능을 제거하기 위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가동하게 된다.

20183월에는 동토차수벽을 설치하여 지하수가 원자로 하부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였으며, 지하수와 빗물이 원자로 근처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회관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조치로 방사능 오염수 발생량이 2014년 하루 470톤 정도에서 2018년 하루 170톤 정도로 줄어들었고, 20197월말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오염수 저장 탱크에는 약 115만 톤의 오염수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11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그룹은 5가지 오염수 방출 방식을 제안했다. 그것은 지층주입,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전기분해 수소방출, 지하매설이다.

일본 정부는 2020210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소위원회 보고서를 포함한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해 IAEA에 검토를 요청했고, 202042IAEA는 이 보고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가 검토한 방안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IAEA5가지 대안 중 땅속주입, 수소방출, 지하매설은 규제·기술·시간적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았고 해양방출, 대기방출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21413일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

 

원전 오염수 방출을 규제할 수 있는 국제법규

1)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ter)

1975년 런던에서 비행기나 선박에서 나오는 쓰레기 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협약으로 쓰레기나 기타 물질을 버리면서 발생하는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이 국제협정은 배나 비행기로부터 생겨난 폐기물이 해양에 투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의 제1부속서에 열거된 폐기물로는 할로겐 혼합물, 수은과 수은 혼합물, 카드뮴과 카드뮴 혼합물, 플라스틱과 다른 합성물질, 원유 및 그 폐기물과 석유제품, 석유, 증류찌꺼기 등이 있다. 이것들은 유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 분류되어 해양투기가 절대적으로 금지됐다.

그리고 인류건강과 생태계 기타의 이유로 IAEA에서 덤핑에 부적절하다고 제한한 고준위 핵폐기물, 생물학전 및 화학전을 위해 만든 물질 등이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과 IAEA가 인류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해양투기를 제한하는 기타 고준위 핵물질은 여기에 해당되기에 해양투기를 절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2부속서에는 사전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폐기물과 일반허가를 받아야 하는 폐기물을 규정하고 있다. 사전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물질로는 비소, , 구리, 아연과 그 혼합물, 오르가노실리콘 혼합물, 시안화칼륨, 불화물, 1부속서에 포함되지 않은 살충제와 그 제품 및 항해나 어업활동에 장애물이 되는 컨테이너, 금속폐기물과 기타 부피가 큰 폐기물, 중준위 및 저준위 핵폐기물 등이 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수 처리는 해양투기가 아닌 자국 연안 방류이므로 국제기준 이하의 처리수 방출 시 이들 규범의 적용은 어렵다.

 

2)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게 규율하고 있는 조약으로, 12부에서 해양환경의 보호와 보전과 관련한 조항들을 두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92조는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할 일반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194조 제1항은 해양환경의 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이와 관련 자국의 정책을 조화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에서는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활동이 타국과 타국 환경에 대하여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하고, 오염이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일본이 자신들의 연안 지역에 원전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출행위로 인한 해양오염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이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

더불어 제194조 제3항은 육상오염원으로부터, 대기로부터, 대기를 통하여 또는 투기에 의하여 특히 지속성 있는 유독·유해하거나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가장 극소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사용 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Joint Convention on the Safety of Spent Fuel Management and on the Safety of Radioactive Waste Management)

1996년 발효된 원자력안전협약(Convention on Nuclear Safety)을 보완한 후행핵연료주기 분야의 국제적 협약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채택된 협약으로, IAEA 방사성폐기물 관리원칙을 확대, 강화하여 구속력 있는 법 제도로 만든 것이다.

동 협약 제11조에서는 각국이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방사선 및 그 밖의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적으로 인증된 기준 및 표준을 적절하게 고려하여 적절한 보호수단을 국가차원에서 적용하도록 하며, 미래 세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여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소송으로 오염수 방출 막을 수 있나?

일본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기 때문에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 동 협약에 규정된 해양환경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은 국제해양법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동 협약 제7부속서에 따른 중재재판소, 동 협약 제8부속서에 따른 특별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5(분쟁의 해결)에 따르면 강제 분쟁해결절차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유엔해양법협약 해석·적용에 관한 분쟁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당사국이 선택한 다른 평화적 분쟁해결 수단이 있을 경우 당사국이 선택한 수단에 의해 해결되지 못했어야 한다. 셋째, 15부 제3절의 적용배제 사유가 없어야 한다.

중재재판에 회부되어 본안소송이 진행되려면 당사국에서 각 2, 합의에 의해 1명의 재판관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 이 과정만 6개월 이상 걸리고,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만 발표한 상태이다.

따라서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 여부 등을 입증하기 어렵고, 우리나라 정부가 패소하게 된다면 일본 정부에게 면죄부를 받는 결과가 된다.

 

국제법원의 결론은?

2001년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일명 목스 플랜트사건이 있었다. 목스(MOX)라는 것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우라늄 합성물질이다.

영국이 서부 해안 셀라필드 원자력 단지에서 목스공장 건설을 허가했다. 그러자 셀라필드와 아일랜드해를 마주보고 있는 아일랜드는 영국에게 목스공장 건설 중지를 요구했으나 영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20011025일 아일랜드 정부는 영국 정부가 목스공장 건설을 중지하지 않으면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중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통보했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가 목스공장 건설을 진행하자, 아일랜드 정부는 2001119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아일랜드 정부의 잠정조치 신청에 대해 아일랜드 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추가 정보 교환과 아일랜드해에 미칠 위험·영향의 모니터링, 해양오염 방지 조치를 위한 양국의 협력 요구였다. , 아일랜드 정부가 요구한 공장 가동중지 등은 채택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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