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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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01 14:17:58
  • 분류 : 자유마당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

 

박유연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변화와 앞으로 전망을 소개한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인터넷 쇼핑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최근 201912~20203월 사이의 자사 고객들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올 1월만 해도 유통업종에서 온라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8% 정도였는데, 3월에는 65%7%포인트 훌쩍 올라갔다.

배달앱·인터넷쇼핑에 눈뜬 4060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중장년층까지 온라인 쇼핑에 눈을 뜨고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3월 배 달앱 이용객의 29%4060세대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쇼핑에서도 5060세대의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는 게 신한카드의 설명이다.

한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고객 데이터 분석·솔루션 업체 던험비가 발표한 코로나19 소비자 구매행동 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54%로 조사 대상 19개국 중 중국(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23%), 독일(20%), 영국(19%) 등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온라인 쇼핑이 활발한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고 새벽배송 등 배달 시스템이 발달했 기 때문인데, 코로나 사태로 그 이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형외과 매출 증가한 이유

세부 업종과 품목별로 보면 의외의 수혜 업종·품목이 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카드 결제 실적을 분석해서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 속에서도 3월 성형외과 (+9%)와 안과(+6%)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보고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성형이나 안과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 밖에 못 나가는 김에, 성형·안과 시술을 받는 일이 늘었다는 얘기다.

G마켓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3월 구강청결제 판매가 1년 전보다 각각 29%, 52% 늘었다. CJ올리브영에선 특히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크기 청결제 판매가 크게 늘었다. 구강청결제가 때아닌 특수를 누린 것은 많은 사람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면서 구취에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한 직장인은 이전까지 입냄새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하루종일 코를 마스크 안에 가둬 두고부터는 입냄새가 바로 내 코로 오다 보니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이후부터 일상적으로 구강청결제를 쓴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집을 깨끗하게 해주는 가전제품 구입량이 늘었다. 옷을 깨끗하게 해주는 의류관리기의 경우 3월 판 매 액수가 직전 3개월에 비해 267% 늘었고, 건조기·공기청정기 역시 42%, 21% 늘었다.

많은 사람이 집에 있으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도 늘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전국 정육점의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었고, 농산물 매장과 주류 전문점 매출도 각각 10%20% 씩 늘었다.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집에서 요리해 먹는 홈쿡’ ‘혼술현상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 유행하는 음식도 있다. ‘400번 저어야 맛볼 수 있다수제 달고나 커피가 대표적이다.

커피 가루와 설탕, 뜨거운 물을 섞어 수백 번 휘저은 뒤 달고나처럼 점성이 생기면 이를 우유 위에 얹어 타 먹는 커피다. 할일 없을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인기라고 한다. 아예 본격적으로 달고나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나오면서 관련 세트도 판매가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달고나 세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7% 증가했다. 식소다(173%), 뽑기 틀(537%), 동국자(341%)를 비롯해 고체 연료(188%), 미니 화로(112%) 등 대부분 관련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캠핑은 펜션 같은 숙소 대신, 되도록 사람이 없는 곳에서 차박캠핑(차박)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캠핑카 등 시설을 갖춰 놓고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차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네이버 커뮤니티 차박캠핑클럽의 경우 회원이 20183만명에서 올해 95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또 대중교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대신할 근거리·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3월 자전 거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9% 급증했다고 한다.

 

최악의 불황 보낸 업종들

반면 우울한 분야도 많다. 우선 여행 관련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절정에 달한 3월 면 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88% 줄었다. 여행사와 항공사 매출도 각각 85%, 74%씩 감소했다. 휴원 권고를 받은 학원 업종과 영업 규제를 받은 유흥업도 힘겨웠다. 무술도장·학원의 3월 매출은 85% 줄었고, 예체능학원 (-67%), 외국어학원(-62%), 입시·보습 학원(-42%), 노래방(-50%), 유흥주점 (-39%), 안마시술소(-39%)의 매출도 크게 감소했다. 피부관리와 미용실 역시 각각 32%, 30%가 줄었다.

레저 관련 업종도 부진했다. 영화관의 3월 매출이 84% 급감했고, 테마 파크·놀이공원(-83%)과 사우나·찜질 방(-59%), 헬스클럽(-54%) 등의 매출이 급감했다. 또 아웃렛 매장(-31%), 가전제품 전문매장(-29%), 백화점 (-23%), 대형마트(-17%)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쇼핑 매출이 크게 줄었고, 한식(-32%)·중식(-30%)·일식(-38%)· 양식(-38%) 등 음식점 매출의 감소세도 컸다.

성형외과와 안과를 빼면 병·의원도 힘겨웠다. 소아과(-46%), 이비인후과 (-42%), 한의원(-27%) 등 대부분 병· 의원의 매출이 급감했다.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될까 두려워 웬만한 병은 참고 넘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약국 매출은 증가했다. 마스크 구입 때 영양제 같은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했거나, 아플 때 병원 대신 약을 찾 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상 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체중 증가였다. SM C&C 플랫폼 '틸 리언 프로(Tillion Pro)'가 지난달 3020~50대 남녀 401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두 달 동안 1718(43%)'체중이 늘었다'고 답했다. '변화없다'39%, '체중이 줄었다'18%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살 찐 이유(복수응답) '주말에도 집안에 있어 활동량이 줄었다'(46%), 'TV시청 증가로 활동량 이 줄었다'(40%)1~2위로 꼽았다. 이어서 '운동 중단'(33%),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33%), '재택근무로 활동량 감 소'(20%) 순이었다. 이에 따라 SNS에 선 집에서 운동하는 것을 뜻하는 홈 트레이닝3월 언급량이 직전 3개월 대비 99% 증가했고, 집에 있으면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용품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 중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출 변화는 지역별 소비 패러 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3월 매출은 직전 3개월보다 각각 6%, 12% 늘었는데, 많은 사람이 코로나를 우려해 대형마트 대신 가까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 사태 기간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오피스 타운 대신 베드 타운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역별로 아파트 단지가 많은 서울 도곡역 인근 수퍼마켓의 3월 매출이 직전 3개월보다 21% 늘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오피스 밀집 지역인 서울시청 인근 수퍼마켓들의 매출은 44% 줄었다. 을지로입구(명동)와 서초역(검찰 청·법원) 인근도 각각 10%, 6%씩 줄었다. 백화점·편의점이나 빵집 매출도 주거지역에서는 증가하고 오피스 지역에서는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코로나 사태로 소비의 방식, 유형, 대상 등이 일시적인 수 준을 넘어 크게 변화하고 있다코로나가 불러온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IT 기회와 식량 위험 팽팽

코로나 이후 세계와 한국 경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코트라(KOTRA)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19 유망 상품, 유 망 서비스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유망분야 키워드를 ‘H.O.M.E.’으로 제시했다. 건강·방역에 대한 인식 제고 로 떠오른 헬스케어(Healthcare)’ 인공 지능, 빅데이터, 5G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된 온라인(Online)’ 방역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된 무인화(Manless)’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홈코노미(Economy at Home)’ 등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회의기기, 물류 로봇, 자율주행 배송차, 가정용 미용 기기 등 상품의 수요가 커지고, 화상 회의,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 원격 진료, 게임·애니메이션 등 서비스 시장이 유망할 전망이다.

이런 트렌드를 예상해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JP모건에 따 르면 구글, 페이스북, MS, AWS1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전분기보다 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설립 등 요인 때문이다. 이에 따라 D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등은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위험 요인도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가장 큰 위기 가능성을 식량에서 찾는다. UN 식량농업기구는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 식량 공급체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은 특히 식량 민족주의를 우려한다. 곡물 수출국가들이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국 식량난을 우려해, 수출을 줄이거나 중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밀 생산국가인 러시아가 열흘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카자흐스탄이 밀과 당 근, 설탕, 감자 등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또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쌀 수출을 금지했다가, 쿼터제로 겨우 수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당분간 식량 보호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경우 올해 세계 기아 인구 가 지난해(13500만 명)2배 가까이로 늘 것이란 경고가 있다. 우리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쌀을 제외 한 곡물 자급률이 20%대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기아는 겪지 않더라도 심각한 가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 옥수수 같은 곡물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곡물을 사료로 쓰는 축산업에 가해질 타격도 걱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자산 가격 급락을 경고하는 시각도 많다. 앞으로 정부는 다가오는 기회 요 인을 적극 활용하되, 위기 요인을 억제하려는 노력도 적극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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