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의 소멸과 공동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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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3-03 13:50:34
  • 분류 : 자유마당

지방도시의 소멸과 공동체 위기

수도권과 지방, 경제력 등 나누는 특단의 조치 함께 추진해야

 

 

구정태(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

 

 

지방소멸이란 용어는 일본의 전 총무장관인 마스다 히로야(増田寬也)2014년 발표한 지방소멸론에서 시작됐다. 마스다는 기초자치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소멸할 것으로 보았다. 지방의 20~39세 가임 여성이 대도시로 대거 빠져나간 것이 최대 원인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몰리면서 일자리나 주택부족 등 삶의 질이 저하되고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면서 대도시권 출산율은 낮아 전체 인구는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지방소멸의 끝은 도쿄 소멸, 일본 소멸이라는 경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이상호 박사가 마스다의 방법론을 기초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렀고 국가적 이슈화의 계기가 됐다. 지방소멸은 지방소멸지수로 측정되는데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 대비 20~39세 여성인구 수의 비중을 말한다. 지방소멸지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그만큼 젊은이들이 적다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은 지속가능할 수 없고 소멸할 위험이 높다.

2020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구 중 105(46.1%)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18지방소멸위험지역’(지방소멸지수 0.5 미만)89, 201993, 2020105(46.1%)로 매년 평균 10개씩 소멸위험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방소멸 현상이 농어촌 지역을 넘어 점차 중소도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더욱이 대한민국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20195185만 명에서 202051839023만 명으로 약 2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출생자가 27만 명 역대 최저로 사망자 30만 명보다 약 3만 명이 적다. 즉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것도 문제이다. 2021년 현재 60대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4%(6013%, 70대 이상 11%)10년 전인 2011년 대비 8.2% 가량이 증가했다.

지난 10여년 넘게 정부와 자치단체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인구 데드크로스도 막지 못 했다. 2005저출산고령화기본법제정 이후, 정부와 자치단체가 저출산 대책에 약 200조 원을 투입했고, 지난해 역대 최대인 45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생아 한 명당 16천만 원(2010년 출생자 수 275815 /45조 원)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낸 셈이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자연적인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의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사회적 인구유출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약 88201명의 지방의 인구가 서울(46108)과 경기도(42093)로 유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인구 3만 명 규모인 단양군(29040) 3개가 수도권 인구유출로 사라진 것이다.

2020년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 통계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 중 인구 순유입(총 전입-총 전출)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168373), 세종특별자치시(13025), 강원도(5457), 충청북도(3454), 제주특별자치도(3378), 충청남도(741) 6곳으로 경기도가 대부분(87%)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기도의 인구 순유입은 168373명이나 서울(109492)과 인천(16788) 등 같은 수도권에서 유입된 인구를 제외하면 42093명이 지방에서 유입된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인구 순유입은 64850명이지만 경기도(109492)와 인천(1466) 등 수도권으로 유출된 인구를 제외하면 46108명이 지방에서 유입됐다.

특히, 청소년(15~19)과 청년층(20~34)이 보다 나은 교육, 일자리, 정주여건을 찾아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유입인구 중 20~2450.6%(44634), 25~2937.8%(33346), 30~3410.4%(9212

), 15~199.20%(8113)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시··구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소멸 실태는 어떻고 지방소멸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전북 진안군, 강원 횡성군, 경북 의성군, 경남 남해군, 충남 청양군, 전남 보성군, 충북 단양군 등 지방소멸 위험지역인 군 지역의 지방소멸 현황과 대응을 살펴보자.

 

전북 진안군

진안군은 2020년 기준 인구가 25,394명으로 20~29세 여성인구 비중은 8.1%인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비는 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소멸지수는 0.2로서 소멸고위험 지역에 속하여 228개 시··구 중 24번째로 소멸위험이 높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자연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젊은 층의 인구유출로 지역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역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진안군은 1966년에 102,515명이었으나 200110월 용담댐 준공으로 15면의 68개 마을이 수몰되고 2,864세대, 12,616명의 감소하여 2005년에 3만 명이 붕괴됐다. 용담댐 상수원 수변구역에 따라 공장, 관광숙박업, 축산시설 등의 입지 불허 등 다양한 행위규제로 지역개발이 불가하나 정작 진안군민들은 용담댐 물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 횡성군

횡성군은 2020년 기준 지방소멸위험지수 0.25228개 시··구 중 51번째이며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는 못하다. 횡성군의 인구수는 지난 201144천 명에서 2018년에 46천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까지 46천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비율은 29.5%, 평균연령은 51.8세로 강원도에서 높은 편이며 가임여성 비율은 28.7%로 강원도에서 낮은 수준이다.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귀농·귀촌 인구 증가, 타시군 전입 등 사회적 변수로 인해 총 인구감소는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횡성군의 모빌리티 사업이 전국에서 2번째로 정부상생형 일자리로 선정되어 38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773억 원의 지역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측되어 지역에 활력을 주고 있다.

 

경북 의성군

의성군은 2020 지방소멸지수가 0.13으로 군위군과 함께 228개 시··구 중 가장 높다. 2020년 인구수는 51724명으로 고령인구 비중은 41.5%인 반면, 청년인구는 17.68%. 저출산·고령화와 인구의 자연감소는 지역공동체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부각했다. 18개 읍면 모두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역공동체 붕괴가 발생하고 있고, 평균연령이 57.3(55, 60)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지역 경제성장 둔화 및 농촌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의성군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결혼·임신·신생아기 등 생애주기별로 인구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결혼장려금 지원, 신혼부부 주거비용 지원, 난임 부부 지원, 고위험임산부 의료비 지원, 다자녀 및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의 정책이다.

두 번째는 청년정책이다. 지역기반 청년일자리, 지역청년 정착 플러스사업,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등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세 번째는 귀농·귀촌 유치 및 정착지원을 위해 도시민유치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장실습형 귀농인 영농기술 교육, 귀농초기 정착 지원, 귀농인 주거공간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

청양군은 구봉광산 폐쇄,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1964년 이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6411만 명이던 인구가 2020년에 4만 명, 2021년에 3만 명으로 줄었다. 지방소멸지수도 2018년에 0.22에서 2020년에 0.18로 소멸고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청양군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전입과 귀농귀촌 지원, 결혼·출산·보육 지원, 노후생활 및 건강관리 지원, 지역인재육성,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 등 인구증가 7대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1년 청년의 해 선포, 청년조례 개정, 전국 최초 청년 연령범위 확대조정(18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수당 및 취업지원 수당 지원 등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업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규산업단지 및 농촌형 스마트타운 단지조성, 사회적경제혁신타운 건립 등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교육환경 및 정주여건 개선이다. 지역인재 외부유출 방지를 위해 도내 최초 고교 무상교육 실현하고 장학금 200억 원을 조성하며 명문고 육성사업 등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공공임대주택건립, 민간아파트 유치, 가족문화센터 및 다목적복지관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도시 소멸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앞서 지적했듯이 지방의 입장에서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자연 인구감소도 문제지만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 특히, 젊은이들의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권으로의 인구유출이 더욱 심각하다.

전국 인구이동통계와 실제 시··구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지방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교와 일자리 때문이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청년층의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 교육, 정주여건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나름 소기

의 성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행정적·재정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지방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가?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권한과 경제력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 (14만 명)을 넘어섰으며, 2047년까지 수도권 인구는 51.6%(2672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 인력 등이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이동하여 1000대 기업 본사의 74%, 100대 기업 본사의 9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액의 81%는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권한과 경제력, 교육과 일자리를 지방과 나누는 데 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이나 대학(단과대)의 지방이전 등의 과감한 정책의 대전환,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 혁신도시 외에 소멸위험지역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SOC 인프라 구축보다 청년들의 소득증대(청년농 육성: 정착시까지 월급 지급)나 의료(공공의료 기능강화, 의사확보 등), 농산어촌 주택정책 등 정착여건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부처 중심의 공모형 지원사업을 일괄 선지원 후 성과에 따른 추가지원을 하는 방식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나 수도권주택공급 확대 등 균형발전의 방향과 철학에 역행되는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되는 정책이 반복되는 행태도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정부시책은 보건사회정책 위주이어서 지역발전 정책과 연계가 미흡하다. 저출산고령정책이 단순한 국가 전체의 출산율 증가를 위한 종적·정적인 개념인 반면, 지방소멸을 막기 이한 지방인구정책은 인구감소지역의 지역 활력을 통한 출산율 증가는 물론 인구이동을 고려한 인구유입이나 인구를 머물게 하는 횡적·역동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인구의 사회적 유출을 국가 전체차원에서 제로섬게임으로 인식해서는 수도권의 인구집중문제와 국가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인구정책은 저출산정책인 반면 지방인구정책은 양육, 돌봄, 정주, 고령복지, 특히 일자리가 결합된 정책이므로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해 발생한 지방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국가차원의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한 ‘(가칭)지방소멸위험지역 지원 특별법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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