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회문화 통합과 동질성 회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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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01 14:15:16
  • 분류 : 자유마당

남북한 사회문화 통합과 동질성 회복 과제

대한민국, 통일 선도할 책무 있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류중심국, -‘평화지수최하의 나라

분단 75년 남북한의 현 주소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은 오래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달성했으며,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공여하는 국가로 전환 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세계적 아이콘 삼성전자와 세 계 5위의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는 한국경제의 상징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야구와 축구는 물론 빙 상, 수영, 테니스 등 모든 스포츠 영역에서 K-스타들이 탄생한지 이미 오래다. 세계 최정상에 오른 BTS, 아카데 미상을 거머쥔 한국영화 기생충은 문화예술 분야의 한 류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는 한국을 재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와 우수한 의료 시스템, 정부의 대처 능력과 성숙된 시민의식에 대해 세계가 갈채를 보내고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로지 선진국을 이상적 목 표로 설정했던 과거의 한국이 더 이상 아니다. 한강의 기적과 한류를 거쳐 K-방역을 통해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새로운 한국의 모델, K-모델의 가능성까지 탐색하고 있다. 분단 75년 대한민국의 재발견이다.

총체적인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위기, 이는 2020년 집권 10년차 김정은 체제 북한의 현 주소이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세계적인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 30여 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대 세습 독재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사회 내의 민주주의 씨앗의 발아는 요원하며 감시와 사회통제는 독재체제 유지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다. 2020년 북한의 국방비는 GDP대비 24%로 세계 1위지만 평화로운 나라순위에서는 149(2019년 기준)로 최하위권이다.

사회주의권 해체의 영향과 핵무기 개발로 고립무원에 처한 북한경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2년 집 권 직후 호기롭게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한 김 위원장은 2019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집권기간 북한 경제는 악화일로의 길을 걸었으며, 식량 및 보건의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5개 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6-2018년간 북한 인구의 47.8%1220만명이 영양결핍을 겪었다. 영양문제는 곧바로 보건의료 위기로 현실화된다. 세계보건기구(WHO)2019 결핵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 사망자만 연 2만여 명에 달한다. 김정은 체제 북한의 현 주소다.

 

남북 통합과 동질성

분단 75, 남북한은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로를 통해 상이한 발전을 추구해 오늘에 이르렀다. 남북한의 상이한 발전과정은 각각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형성함으로써 남북한 사회의 이질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사회가 사유재산과 개개인의 자유를 기반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사적 소유의 제약과 집단주의, 그리고 노동당과 유일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차이 는 남북한 사회전반에 걸쳐 이질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북한 사회의 생활세계에 내재화되어 있는 상호 이 질성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해소가 어렵다.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과정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이 중요한 이유이다.

남북 동질성 형성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표현은 민족 동질성 회복이며, 이는 한민족이 동일한 역사적 기억 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 경우 회복의 시점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분단 이전 남북한은 한반도의 단일 생활권을 이루고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왕정과 군국주의 체제였다. 한민족은 2등 국민으로 치부됐으며, 자율적인 시민이 아닌 신민으로 존재해야 했다. 일제 강점기 이전은 조선시대 말기로 왕정체제와 봉건성이 한반도의 질서였다.

따라서 남북 동질성 형성의 시제가 과거로의 회복이 될 수는 없다. 또한 남북이 상이한 체제에서 장기간 이질 성을 배태해 왔다는 점에서 동질성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형성되어야 한다. 한민족으로서의 공통성 과 역사적 기억이 동질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남북 통합은 차이의 공존을 지향해야하며, 동질성 형성의 시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형이어야 한다. 분단체제에서 축적된 남 북한의 이질성의 해소는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통합은 어느 한편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배타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 었으며, 따라서 남북한의 통합과 동질성 형성도 경직된 민족주의가 아니라 개방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열린 민족주의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분단이라는 민족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되 그 방식은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지향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의 동질성 형성은 과거로의 회복이 아닌 장기간의 남북 화해와 협력 단계를 거친 단일 생활세계에 기반을 둔 창조적 형성의 과정이 되어야 하며, 현재 진행형을 거쳐 미래의 결과가 되어야 한다.

 

차이의 공존지향하며 미래로

3대 세습 독재체제와 구조적 경제 위기에 직면한 북한은 불량국가를 대표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집권 10 년차의 김정은 체제는 구조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면 한국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은 물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발전을 이루어 냈다. 한국의 발전은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국가들 중 독보적인 성공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은 분단체제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시장경제, 복지, 법치주의, 문화적 다원주의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사회는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은 아직 갈 길이 남아있는 절반의 성공 이다. 북한의 구조적 위기와 한국의 발전의 불완전성을 고려할 때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은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발전을 통해 분단체제 해소를 위한 주체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국가 북한과 동일시 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실패가 한국이 절반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우리 역시 분단체제에서 진행된 발전의 불완전성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우리 안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불완전한 한국의 현실에 북한을 산술적으로 더하는 통일 프로세스는 갈등의 소지를 잉태할 뿐이며, 발전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낳을 뿐이다.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이 성찰적 통일론에 입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성찰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분단체제의 비정상성을 해소하고 발전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또한 성찰적 통일론은 양자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의 문제를 남북한 사회의 내적 인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남갈등과 민족문제의 정쟁화는 대북·통일정책의 고비용구조에 해당한다. 분단체제로부터 비롯된 남북한 사 회내의 냉전문화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남북한의 접촉과 협력의 증대는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성찰적 관점에서 분단으로 인한 우리안의 내적인 장애를 극복하는 노력은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의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상호 이질성 해소 위한 장기적 과정 필요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을 위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며, 각 단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필요하다. 남북은 장기간 적대적 공존 및 냉전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이는 남북한 주민들의 의식에 내면화됐다. 따라서 남북 양체제 내에 고착된 이질성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인식의 해소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세 단계 중 첫번째인 화해·협력기가 남북연합기와 통일국가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해·협력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남북연합기는 3단계 통일과정으로 이행하는 단기적 과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인 화해· 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이질성 해소와 아울러 단일 생활권에 기반을 둔 동질성이 형성될 경우 남북연합기는 일종의 절차적 의미만을 지니게 될 수도 있다.

장기간 지속된 분단체제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 했을 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첫단계인 화해·협력기 의 장기화 가능성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단기간의 남북 연합기를 거쳐 통일단계로 이행할 개연성이 있다.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을 위한 남북한간 및 남북한 사회내의 전제조건들이 화해·협력기에 상당부분 해소돼야 하기 때문이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의 화해·협력기의 과제는 단순한 남북관계 진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체제내적 이질성과 장애들의 해소와 아울러 새로운 동질성의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

기능주의적 접근과 문화변용론에 따르면 접촉과 교류를 통해 상이한 특성을 지닌 두 체제간의 통합과 동질성이 증대된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분단체제와 냉전구조의 관성을 고려할 때 접촉과 교류의 증대만으로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도형 통일(guiding type of unification)은 바람직한 남북 통합과 동질성 형성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선도형 통일은 남북한의 체제 중 모범적 주체에 의한 선도(善導)와 발전적 미래 모델의 지향이라는 의미의 선 도(先導)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은 북한에 비해 상대적 모범성과 변화를 위한 주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을 선도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바람직한 통일 미래상을 목표로 한국의 선도에 의해 남 북 통합과 동질성을 확대하는 중장기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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