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가보훈과 국민통합 - 보훈제도 개선 방향

  • No : 169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6-07 10:53:09
  • 분류 : 자유마당

국가보훈제도, 목적에 맞고
형평성 갖추는 방향으로 고쳐가야

군 장병 처우, 보훈급여금, 의료지원의 현실과 개선 과제
우리나라 국가보훈 대상 광범위, 범위 재정립부터


권영복 | 법학박사, 세한대 경찰소방대 교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공로에 보답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그 가치를 기념하는 일은 6월 호국보훈의 달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하고 국민이 존재하는 한 지속돼야 한다. 국가보훈제도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의 근본법이자 최상위법인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가보훈제도는 국가 공동체를 위해 희생 또는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과 적극적인 예우를 통해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해 그들의 영예로운 삶을 보장함과 동시에, 이를 계기로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여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제도이다.
현행 국가보훈제도는 보훈급여금, 교육지원, 취업지원, 의료지원, 대부 및 양로지원, 양육지원, 수송시설의 이용지원, 고궁 등의 이용지원, 주택의 우선공급, 생업지원 등 보훈급여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중심이 돼야 할 군 장병이 불리한 지위에 놓이고 보훈급여의 내용이 축소되는 등 국가보훈의 이념과 목적을 점점 퇴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보훈대상 범위 재정립의 필요성
국가보훈은 국가공동체의 당위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보훈대상은 국가의 독립과 수호 및 안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다. 다만 프랑스,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는 특수한 사정으로 독립운동자를 포함하고 있고, 이 점은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한 우리나라 역시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가보훈대상이 광범위하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18개 종류의 국가유공자를 규정하고 각종 보훈급여를 제공하고 있는데, 군인과 경찰은 물론 일반 공무원과 민주운동자 및 사회유공자를 포함하고 있다. 참고로 2012년 7월 1일부터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기존 국가유공자에 해당하던 군경을 보훈보상대상자로 분류해 차등 보상을 하고 있다.
우리 국가보훈제도는 군사원호법과 경찰원호법에서 출발했다. 현재 국가보훈대상은 너무 광범위해 희소성이 결여되고 있으며, 국가보훈제도가 자칫 공무원 등 기득권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느낌이다.

헌법 전문과 32조 6항은 국권회복과 국가수호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보호하고 상이군경과 전몰군경의 유가족 등에 대하여 보상과 예우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훈대상 범위를 국가 독립·수호·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희생 또는 공헌한 독립운동자와 군경으로 조절하고, 기존 국가보훈대상의 범주에 포섭한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자나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 등은 다른 배상 또는 보상 제도를 통해 보호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보훈제도에서 합목적성과 형평성의 실현
국가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훈대상자를 예우할 포괄적인 의무를 가진다. 국가보훈기본법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여러 조항에서 보훈대상자에 대한 희생과 공헌에 상응하는 보상과 예우가 국가보훈의 이념과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가용재원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충분한 보상을 행하고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통해 이들이 영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보훈관련 법률이 규정한 각종 보훈급여의 내용은 국가보훈제도의 이념과 목적에 부합하는 정도여야 한다는 점에서 합목적성(合目的性)의 이념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보훈급여는 보훈제도의 수혜자인 보훈대상들 사이에서 희생 또는 공헌 정도에 따른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함은 물론, 인근의 손실보상제도나 사회보장제도와 비교해서도 그 이상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衡平性)의 이념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보훈제도의 운영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이념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훈제도를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보훈은 국가의 단순한 시혜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당위적인 책무에서 나오는 적극성을 띤 예우이다.


우리나라 보훈제도의 운영과 관련 합목적성과 형평성 등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25전쟁당시 전사한 국군 유해 501위의 합동봉안식에서 있은 영현봉송.


군 장병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시정해야
헌법 39조 2항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국가보훈제도 역시 군사원호법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토수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군 장병은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장병이 재해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애를 갖게 된 경우 군인연금법에 따라 사망보상금이나 장애보상금이 지급된다. 현재 군복무 중인 장병이 사망한 경우에는 약 1억20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장애를 입은 경우에는 급수에 따라 약 1600만원(1급)에서 530만원(4급)까지 보상금이 지급된다. 20대 초반 군 장병에 대한 재해보상으로는 비현실적이다. 손해배상청구를 생각해볼 수도 있으나, 헌법과 국가배상법은 군 공무수행 중에 재해를 입은 군인의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무보수로 군복무를 하는 장병은 국가보훈제도를 통한 보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보훈제도에서도 쉽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방부와 각 군 본부에는 전공사망심사위원회와 전공상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들 위원회가 전사·순직 또는 전·공상으로 결정하더라도 국가보훈처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무상 재해에 대한 입증책임도 재해를 입은 장병에게 전가돼 있다.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어 보상을 받는 경우에도, 현행 국가보훈제도는 군인을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해 차별 보상을 하고 있어, 후자로 분류되어 감액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선 보상금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사병의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보다는 해당 재원을 활용해 사병을 보험에 가입시키거나 사병도 군인연금에 가입시킴으로써 군복무 중의 재해에 대처하는 것이 군 장병의 복지를 위한 방법이다. 미국은 군인 단체 생명보험을 통해서 50만달러의 전사자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전공사망심사위원회와 전공상심사위원회가 공무상 재해로 결정한 경우에는 국가보훈처도 이를 수용해 행정의 통일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인에 대해서는 보훈보상대상자제도의 적용을 폐지하거나 보훈보상대상자 인정 범위를 축소하고 보상 차별을 없애는 것이 옳다.


보훈급여금 수준의 현실화 및 형평성 재고
국가보훈대상에게는 보상금과 각종 수당 등 보훈급여금이 지급된다. 보훈급여금 중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보상금, 중상이수당이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전·공상군인에게는 11단계로 상이급수를 나누어 월 269만3000원(1급1항)에서 41만7000원(7급)까지 보상금이 지급되고, 상이 1급에는 최고 202만원에서 85만원까지 중상이수당도 지급된다(1급2항 139만7000원, 1급3항 85만1000원). 반면, 전몰·순직군인 유족에게는 본인과의 관계(부모 또는 조부모, 배우자, 미성년의 자녀 또는 제매)에 따라 131만7000원, 134만원, 155만4000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전·공상군인의 경우에는 본인이 사망한 후에는 그 유족에게도 보상금이 지급된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희생의 정도가 큰 전몰·순직군인의 유족 보상금 중 부모 유족의 경우는 131만7000원으로, 전·공상군인 최고등급(1급1항)의 보상금 269만3000원의 49%정도이고, 중상이수당을 합한 금액인 471만3000원의 27%정도이다. 심지어 전몰·순직군인의 유족에 대한 보상금은 전·공상군인에 대한 부가수당인 중상이수당의 65%정도 수준으로, 보상금이 부가수당에도 못 미치고 있다.
희생 또는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는 보상과 예우라는 국가보훈제도의 이념과 목적에 역행하고 형평성도 상실하고 있다. 평균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전몰·순직군인 부모의 보상금 수급기간은 전·공상군인에 비해 현저히 짧다. 상이등급 2급 이하 7급의 전·공상군인의 보훈급여금에 있어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490만원 수준이고, 상이 1급1항 전·공상군인의 보훈급여금은 471만원으로 이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공상과 전몰·순직을 구분하지 않고 보상금과 중상이수당을 합한 보훈급여금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수준으로 상향하되 전몰·순직군인 유족의 보훈급여금을 상이 1급1항 전·공상군인의 그것과 동일하게 하고 상이 2급 이하의 전·공상군인도 이를 기준으로 급수에 비례하여 보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전몰·순직군인 유족의 보상금을 상이 최고등급의 보상금 수준으로 하되, 중상이수당에 상당하는 전몰·순직수당을 실설하고 2급 이하 전·공상군인에게도 급수에 비례하여 상이수당을 지급할 수도 있다.


 의료지원 서비스의 실질적 보장

의료지원 서비스는 신체적 장애나 질환을 가진 전·공상군인이나 고령인 전몰·순직군인 유족에게 중요한 보훈급여이다. 현재 전·공상군인은 보훈병원과 시·군 단위로 지정되어 있는 위탁병원을 통해 국비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다른 의료시설에서 위탁진료나 응급진료를 받고 진료비용을 정산할 수 있다. 반면 전몰·순직군인 유족은 선순위자 1명에 한해서 보훈병원을 이용할 수 있고 60%범위에서 진료비용을 감면받는다. 다만 그 유족이 75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에 한해서 위탁병원을 이용할 수 있고 진료비용을 감면받는다.
그러나 현재 의료지원제도에 의하면, 보훈병원이나 위탁병원은 접근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고 보훈병원이 일반인의 진료를 함께 하고 있어 장애나 질환을 가지거나 고령인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없으며, 전몰·순직군인 유족에게는 의료지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공상군인과 전몰·순직군인 유족이 모든 의료시설을 이용하고 동일하게 진료비 감면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모두 의료급여법의 수급자로 지정하거나 보훈급여금을 소득으로 보고 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시정해 의료급여 수급자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첨부파일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