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미래지향적 관계 위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가는 길

  • No : 184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12-29 09:55:23
  • 분류 : 자유마당

한·중, 미래지향적 관계 위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가는 길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이 남긴 성과와 과제
전가림 | 호서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 강연회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17년은 한·중 관계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해였다. 1992년 8월 24일 수교 이래, 한·중 관계는 사반세기를 맞이했고 양국 관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5개월간 사드 정국으로 인해 악화됐던 양국관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정치·안보적 차원에서 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는 듯 했고, 경제·사회·문화적 관계는 도태되는 듯 했다.
그래도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긍적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한·중 양국이 지난 25년을 기초로 새로운 관계 구축을 모색하고, 양국의 대전략(Grand Plan)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결합하여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한반도를 위요한 현재의 동북아 상황이 매우 위태롭고 급박하다는 점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화와 발전’이란 대전제가 고착화돼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바로 이 대전제의 최대 장애요인이란 점에서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한국과 중국이 북핵과 미사일의 해결에 있어 대화와 협력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실행방안과 목표에 있어서는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국빈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국민적 기대 및 요구와 함께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해법까지 찾아와야했기 때문
이다.
한·중 관계 25년,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
한·중 수교 이래 지난 25년간 양국관계는 제반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한국과 중국은 양국 간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경제·통상관계는 지속적인 확대와 발전을 이룩해 왔다. 또한 정경분리의 원칙에 입각한 양국관계는 인적·물적 교류의 증대와 함께 정치·군사·안보 분야로의 상호협력 관계로 점차 확대·증진되고 있다.
1992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양국의 교역규모는 64억 달러에서 2114억 달러로 약 33배 증가했다. 무역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2016년 한국의 대중국 교역비중은 같은 기간 12.2%와 8.0%를 기록한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월등히 높은 23.4%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상호 인적 교류는 같은 기간 13만 명에서 약 1042만 명(2015년 기준, 방중 444만 4000명, 방한 598만 4000명)으로 약 80배 증가했다. 2016년 말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만 6000여 개, 재중 한국인 수는 약 80만 명 그리고 양국 간 정기항공기 여객편은 주당 1103회 운항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관계사에 있어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긴밀하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윈-윈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중 경제무역 관계다.
또한 한·중 관계가 국제관계에서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되는 이유는 탈냉전의 상징이자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의 주제에 맞춰 그 서막을 열었던 주체였기 때문이다.
냉전의 종식은 인류에게 평화와 발전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희망은 아직 눈에 보이고 있지 않고 있으며 기대 역시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은 탈냉전 시기에도 여전히 극단적인 냉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사실 북한을 제외한 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모두 개혁·개방을 통해 국익을 증대시켜 그 위상이 달라졌고 이념과 체제로 대립하던 세력들과의 갈등과 대립 구도도 상당히 해소됐다. 다만 북한의 도발 행위로 인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도 안보적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다. 2006년(대륙간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부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하나가 되어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위상 변화 역시 한·중 양국의 긴밀함을 잘 보여준다. 1992년 수교 당시, ‘선린우호관계’로 설정된 양국관계는 1998년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로 높아졌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극복한 후,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거듭났고 2008년에 이르러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과거 양국에 국한해 논의되어 왔던 이슈들이 ‘전략적’ 관계로 규정되면서 다양한 국제적 이슈들을 같이 논의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13년과 2014년 양국 정상은 상호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보다 내실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도 합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외교안보 고위급 전략대화와 양국 외교 장관 간 연례 교환방문 ▲양국 군 고위급 교류와 국방전략대화 및 각 급, 각 분야 간 상호방문 ▲정당 간 정책 대화 ▲양국 국책연구소 간 합동전략대화 등은 양국관계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의 합의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 자유화와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 있어서도 양국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전략적’ 협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으로 볼 때, 한·중 관계는 비단 양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성과와 아쉬움
2017년 12월 13일부터 3박 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에서 가장 강조한 화두는 “새로운 출발”이었다. 이는 사드배치 이후, 지난 1년 5개월 동안 꼬인 대중 관계를 풀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방중 이틀에 앞서 방영된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여섯 차례나 사용했다. 그만큼 사드 문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 자체를 근원적으로 ‘재설정’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방문 전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겠다고 했고 북핵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동 해법의 모색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전방위적이면서도 균형적인 협력을 도출해야하는 등의 과제들을 안고 떠났다.
이번 방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양국 정상회담은 둘째 날 확대정상회담과 소수의 요인들이 참가하는 소정상회담으로 두 차례 진행됐다. 국빈방문의 형식임에도 사드로 인한 양국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 없이 ‘언론발표’ 형식을 취했는데, 청와대는 이에 대해 형식이 아닌 실리외교라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 확고한 견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의 대화·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도움 등의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이자 위기관리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기존의 입장보다 진전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비핵화와 대화·협상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전제와 방법도, 그렇다고 분명한 목표 설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통과한 일련의 대북제재가 그렇듯 국제적 합의가 제재와 압박인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제재와 압박에 관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역대 최대의 경제 사절이 이번 방문에 동행했지만 몇몇 경협 관련 행사 이외에 뚜렷한 성과가 발표되지 않은 점도 의아하다.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국빈방문은 상례에 어긋난 점도 많아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기도 했다.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번 방중은 단순히 한·중 양국관계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북핵 대응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적 역할’을 끌어내는 것이 보다 중차대한 과제였다. 또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압박과 대화라는 대북 대응의 ‘씨줄’과 ‘날줄’을 활용하는 데 있어 보다 실질적인 ‘공동 행동과 전선 구축’이 관건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한 간 평화무드 조성과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는데 있어 한·중 양국이 협력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미래지향적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북한으로부터 야기된 지역안보의 문제가 한·중 관계의 도전요인인 동시에 국제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지역안보의 국제화를 방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예방적·선제적·응징적 공조방안을 구체화해야한다. 기존의 원칙들이 선언적으로 형성되어 어떠한 규제와 강제력도 없었기에 작금의 국제사회는 불필요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중 관계는 이제부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이미 2006년부터 ‘계획’에서 ‘규획’으로 대전환했다. ‘10·5계획’을 끝으로 중국은 양적 성장에 종지부를 찍고, 질적 성장을 목표로 주력하고 있다.
두 개의 100년(공산당 창당과 건국)에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만들고 ‘중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상호보완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상호경쟁적인 수평적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양적 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떠한 수준과 내용으로 평가되는 질적 성과가 더욱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중 관계는 미래지향적인 아젠다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양국은 책임 있는 대국과 중견국의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나서야 한다. 자국이 갖고 있는 상대적 우위와 절대적 우위를 국제사회를 위해 제공하는 공여국이 돼야 한다.
이런 미래지향적 아젠다의 형성 없이는 국제정치와 시대의 대주제인 ‘평화와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동력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또 미래를 지향하면서 반인도적이고 이기적이며 배타적인 협력을 논할 수도 없다. 한·중 양국은 모두 분단의 아픔을 갖고 있고 식민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개도국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 국가다.
이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자산을 공유하고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할 때, 비로소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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