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장사리

  • No : 2683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1-04 16:16:12
  • 분류 : 자유마당

영화 리뷰

이념을 뛰어넘는 반전의 메시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박진석 영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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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쟁은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이야깃거리가 많고 볼거리가 많다. 대중들의 수요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기획과 제작 비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충무로에서 전쟁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 개봉한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사상륙작전을 다룬 영화이다. 이 작품이 과연 대중들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스토리

이명준 대위가 이끄는 유격대와 전투 경험이 없는 학도병들을 태운 문산호는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 전을 위해 장사리로 향한다. 평균나이 17세, 훈련 기간 단 2주에 불과했던 772명 학도병들이 악천 후 속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맞으며 상륙을 시도한다. 문산호를 발견한 북한군은 대대적인 화력을 퍼붓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학도 병들이 희생되지만 결국 고지를 탈환한다. 한편 북한군 5사단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명준 대위는 북 한군 전차가 진입할 터널을 폭파시켜 최대한 시간을 벌기로 결정한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감독이나 배우가 아니라 제작사다. ‘포화 속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제 작한 태원 엔터테인먼트인데, 마치 전쟁 3부작을 기획한 것처럼 이번에 다시 전쟁 영화를 내놓았다. 이 세 작품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포화속으로’는 학도병의 이야기를 다뤘고, ‘인천상륙작전’은 제목 그대로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 했다. 소재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작품은 기존 두 작품의 ‘믹스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작품들에 대한 냉혹한 평가 때문인지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개봉 전부터 선입견에 시달렸다. 전작들의 허술했던 만듦새나 노골적으로 반공 을 부추기는 영화의 방향성을 생각해 보건데, 일견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사리 : 잊혀진 영 웅들’은 나름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실수하는 대립구도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희생과 반 전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 기존 작품들에서 비판받은 부분을 인정하고 연출의 방향성을 변화시킨 점은 충분히 인정받 을 만하다.

장사상륙작전이란?

장사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실시에 맞춰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한 기만작전의 일환으로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의 동해안에서 전개된 양동작전이다. 작전명 174라고도 한다. 대한민국군의 학도병으로 구성된 772 명이 문산호를 타고 장사에 상륙해 북한군 제2군단의 주보급로인 7번 국도를 차단하는데 성공한다. 원래는 미8군에 떨어 진 명령이었으나 인민군 복장을 입고 특수 작전을 해야 하는 사정상 북한군과 외모가 비슷한 남한 출신 학도병에게 작전 명 174를 맡긴 것이다. 원래는 3일간 상륙한 뒤 귀환할 예정으로 총기 등의 물자도 3일치만 지급됐다. 이후 9월 19일 구조 작전이 진행돼 철수할 때까지 전사 139명, 포로 39명의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4일 넘게 방어를 지속해 인천 상륙작전 의 성공과 낙동강 전선 동부의 북한군 전력 약화에 큰 공을 세웠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장사상륙작전의 이야기를 영화 소재로 잡은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 특히, 작전을 직접 수행한 학도병 부대인 ‘명부대’의 이야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기밀에 붙여졌고, 그로 인해 대중들에게도 가려지고 잊혀진 작전, 이 작전의 성격만으로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고, 작전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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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행한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영화가 던지는 반전의 메시지도 훌륭하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는 이념적으로 반공을 강조할만한 캐릭터가 모두 삭제돼 있다. 극적 구조에서 악당의 역할을 수행하는 ‘안타고니스트’가 없다는 뜻이다. 참혹하고 비정함만이 남게 되는 전쟁의 속성을 생각해 보건데, 한 쪽 방향으로 매몰되기 쉽다. 어찌 보면 편한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편 향되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무고하게 희생된 학도병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반전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과연 잘 만든 전쟁 영화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 부호가 든다. 영화가 너 무 밋밋하다. 전쟁 영화치고는 자극의 정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한 장점이 발목을 잡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 다. 악역이 사라지고 전쟁의 스펙터클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매콤함’이 사라졌다.

제작비의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거대 자본이 들어간 전쟁 영화라고는 하지만, 대중들의 눈높이는 이미 헐리우드 에 맞춰져 있다. 전쟁 영화는 사실적인 장면의 구현을 위해서 소위 말하는 ‘돈값’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 영화계 의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과 헐리우드산 전쟁 영화를 비교하는 대중들에게 볼멘소리를 할 수밖 에 없는 이유이다. 장사리 상륙과정을 그린 영화의 전반부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전쟁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시퀀스라고 평가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륙 장면을 그대로 차용한 측면이 있지만 나름의 공을 들여서 깔끔하게 전 개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라는 점이다.

고지를 점령한 이후부터 스토리는 급격하게 무너진다. 긴장감도 없고, 축축 늘어지기만 하는데, 나름의 해결책으로 신 파 코드를 등장시키지만 가속도만 더해질 뿐이다.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의도는 좋았으 나 그 방식이 진부하고 ‘올드           한’ 감성이라 공감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메간 폭스 의 캐스팅이다. 이야기의 변두리에서 변죽만 울리는 캐릭터로 존재감이라고 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애초에 필요 없는 인물을 영화 홍보 를 위한 ‘이슈 파이팅용’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태원의 전작 인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 역으로 리암 리슨을 캐스팅해 쏠쏠 한 재미를 본 제작사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그 방식을 채택했지만,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최근 들어 영화 제작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거대 예산 확보가 가능 해지자 전쟁 영화나 사극과 같은 시대물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 다. 늘어난 작품 수에 비해 퀄리티는 그것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지전’ 정도가 인상적인 영화였는데 이것도 이미 8년 전 작품이다. 자본의 투여가 좋은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담보 해내진 못한다. 무엇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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