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과와 신남방저책-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No : 2738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1-07 14:32:43
  • 분류 : 자유마당



지난해 11월 말 제3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정상회의
를 계기로 아세안 국가들은 아세안과 진심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동반자가 되려는 한국의 의지를 더는
의심하지 않는 눈치다. 사실 지난 정부들에서는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늘 따라다녔다.
뭔가 아세안에 대한 정책을 펴는가 싶다가도 추진의 동력이 곧 사라져버리고는 했다. 현 정부에서 신남방정책
을 발표했을 때도 이런 의심이 있었다. 신남방정책이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대 아세안 정책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번 정상회의, 그리고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아세안 강조를 통해 이런 의심은 크게 불식됐다. 이
제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 정부의 의지는 확인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함께 만들어나갈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정상회의와 함께 펼쳐진 다양한 부
대 행사를 통해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 인식도 크게 높아졌다.
이번 정상회의는 흔히 우리가 보는
회의실에 모여 논의하고 결과를 발표
하고 끝나는 흔한 정상회의와 달랐
다. 부산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
와 부대 행사들이 펼쳐져 시민의 참
여 기회가 더 많았다.
아세안,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위한 韓 정부 지지
이런 기회는 한국 사회가 아세안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정상회의의 구체적 논
의 사항은 차치하더라도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종료된
후 발표된 공동 기자회견문, 그리고
정상들 간 합의된 공동 의장 성명에
는 향후 한-아세안 협력을 이끌어갈
수많은 합의와 협력 사업들이 포함됐
다. 그중에서 몇몇 부분은 특별히 언
급할 만하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단
골인 한반도 문제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다소 온도 차
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하나의 목소리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
정, 그리고 무엇보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지
지를 보냈다.
한국은 반대로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고 다
시 한번 지역 다자협력에서 아세안 중
심성(ASEAN Centrality)에 대한 지지
를 명확히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
에 대해서도 남중국해에서 비군사화
를 언급하는 등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은 점증
하는 강대국 중심의 자국 중심주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지역 자유무역
질서의 약화에 대한 우려에도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그 연장선상에서 11
월 초 태국에서 타결된 지역 포괄적경
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에 대해서
도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간 외교장관회의로 개최되다가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
로 정상회의로 격상된 한-메콩 정상
회의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무엇보
다 한국도 아세안 지역에서 경제적으
로 더욱 낙후된 메콩 지역의 개발 협
력에 힘을 보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냈다. 한-메콩 선언을 통해서 한국
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
한 방식으로 메콩 지역의 개발을 돕
고,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통해 동아
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
는 한국의 메시지가 잘 드러났다. 메
콩 지역의 경제성장을 통해 아세안 국
가들의 통합, 연계성 증진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되었다.
신남방정책 동력이 관건
이제 정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
의를 계기로 마련된 정책 추진의 동력
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의 과제를
떠안았다. 우리에게 아세안은 ‘지연된
미래’다. 우리의 정치·안보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미래에 아세안은 매우 중
요하다.
한반도 문제는 물론이고 강대국 틈
바구니에서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은 소중한 연대 대상이다. 아세
안의 성장이 미래 한국의 경제적 이익
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문화 방향으로
가는 한국 사회, 그리고 한류로 대표
되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위해서도
아세안은 중요한 사회문화적 협력 대
상이다.
이런 아세안의 중요성을 우리가 알
아채고 아세안을 중시하는 정책은 크
게 지연됐다. 이미 수년간 아세안은
한국의 제2의 무역대상이자 가장 중
요한 투자처였다. 한국은 지난해 아세
안 시장에서만 400억 불 이상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 무역의 17%가
아세안과 이루어진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해외 건설에서도 아세안은 두 번
째로 중요한 시장이다.
한-아세안 간 인적 교류가 폭발적
으로 증가하고 한국 내 아세안 출신
사람들이 늘어 난 지도 오래되었다.
연간 1천 100만 명의 사람이 한국과
아세안 사이를 오가고 있다. 한국 인
구의 1/5이 상호 방문을 하는 셈이다.
한국 내 이미 약 60여만 명의 동남아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로, 결혼이민자
로 들어와 있다. 한국 내 서서히 동남
아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한류가 동
남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더
오래됐다.
오랫동안 정부는 한반도 문제 관련
아세안의 협력을 구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를 포함한 한국 사회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발견하는데 너무 지체했다.
신남방정책과 이번 한-아세안정상회
의로 이런 지체 현상이 다소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이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뒤
로 하고 정부는 신남방정책 2.0을 추
진하려 한다.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은
단순한 무역과 투자를 넘어서 아세안
국가들의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
라 한국의 성장을 위해서도 4차 산업
혁명,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 무역 불균형 문
제도 당면한 과제다. 사회문화 분야에
서도 역시 한-아세안 간 사회문화 그
리고 인적 교류 불균형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문화 사회와 고령화 과제에 대해서
아세안과 구체적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신남방정책 2.0
평화협력 분야는 갈 길이 더 멀다.
지금까지 민감하게 생각해 크게 힘을
쏟지 못했던 전략적 협력, 그중에서도
특히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망라한
지역 질서 강화에 한국과 아세안이 함
께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
해야 한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과 아세안
같은 지역 국가들이 어떻게 힘과 지혜
를 모아야 하는지도 관심사다. 아세안
국가들의 최대 관심사인 비전통 안보
문제에 대한 한국의 가시적인 기여도
중요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신남방정책의 협력
도 중요한 주제다. 신남방정책 2.0은
이런 요소들을 반영해야 한다.
한-아세안 간 협력의 수는 적지 않
다. 아주 많은 사업이 다양한 분야에
서 펼쳐지고 있다. 정부와 관련 수많
은 단위에서 협력을 실행하고 있다.
각 부처와 산하기관, 지자체는 물론이
고 사회단체들에서도 아세안과 수많
은 협력을 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아세안 사이 협력 사업이
작은 규모로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사업을 진
행해도 성과의 가시성이 떨어질 수밖
에 없다.
새로운 협력 사업의 개발도 중요하
지만, 기존 협력 사업의 효과성과 가
시성 제고를 위해 협력 사업들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필요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기관 간 분
절화, 소통 부재 및 조율 부재는 반드
시 넘어야 할 산이다.
신남방정책 2.0에는 그에 해당하는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눈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신남방정책은 아
세안에서도, 그리고 국내에서도 다양
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상회
의 기간 오래된 질문들과 새로운 질문
들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두 개의 ‘제로섬 (Zero�sum) 시각’에 사로잡힌 문제 제기가
신남방정책 2.0의 큰 도전이 될 것이
다. 어떻게 우리 안의 제로섬적 시각을
적어도 신남방정책에서는 극복할 수
있는가가 신남방정책 2.0의 관건이다.
첫 번째 ‘제로섬적 시각’ 질문은 막
대한 자원을 동원하는 중국, 일본과
경쟁해서 제한된 자원을 가진 한국이
아세안 지역에서 이길 수 있는가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국가의 대동남아
정책과 한국의 동남아 정책을 서로 뺏
고 빼앗기는 제로섬으로 보는 시각이
다. 자원뿐 아니라 일본, 중국의 동남
아 진출은 한국보다 앞선다. 객관적으
로는 맞다. 그러나 이런 제로섬적 시각
에 우리를 가둬 아세안 국가와 협력 관
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스
스로 발목을 잡는 일은 말아야 한다.
중국, 일본과 경쟁이란 구도와 시각
을 스스로 만들고 우리 한계를 설정하
는 것보다 한국은 한국이 잘할 수 있
는 부분,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에
초점을 두어 아세안과 나름의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면 된다. 아세안
과 관계 강화, 신남방정책이라는 방향
이 맞는다면 객관적으로 더 많은 자원
을 가진 이웃들과 우리를 비교해 의미
있는 시도와 노력도 못 해보고 좌절하
는 실수는 하면 안 된다.
두 번째 제로섬적 회의론은 우리
내부에 있다. 한반도와 북한 비핵화
문제, 중국과 미국 사이 전략 경쟁 등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엄중한데, 지
금 아세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
는가 하는 시각이다. 아세안과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은 필연적으로 한반
도, 주변 강대국 관계 관리를 위한 자
원을 잠식한다는 제로섬적 시각이 이
주장 저변에 깔려 있다.
대외전략을 위해, 외교를 위해 한
국이 가진 자원은 생각보다 작지 않
다. 한반도 문제를, 강대국 관계를 다
루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신남방정
책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
한다. 신남방정책과 아세안 업무를 다
루는 기관과 부서는 그 방면에 집중하
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눈앞의 과제만 바라보다 미래를 놓
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아세안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전통적이고 중요
한 주제인 한반도 및 주변 강대국 정
책과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시각을 극
복하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 성공의 여세를 몰아 정부가
신남방정책 2.0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준비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구체
적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
의 두 가지 제로섬적 생각과 사고방식
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
거 정부에서 보였던 아세안 정책의 실
수를 되풀이하게 된다. 신남방정책
2.0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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